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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조차 차별… 기간제 '슬픈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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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조차 차별… 기간제 '슬픈 선생님'

입력
2015.07.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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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 김초원ㆍ이지혜 교사

정규직처럼 담임 맡아 가르치고

아이들 구하려다 목숨 잃었는데

정규직 아니라고 순직 인정 안돼

유족 "같은 희생 다른 대우" 절규

분향소에 안치된 김초원씨 영정 사진. 안산=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분향소에 안치된 김초원씨 영정 사진. 안산=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지난 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세월호합동분향소. 김성욱(55)씨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카카오톡 프로필로 저장한 딸의 사진을 보여줬다. 기자가 “예쁘다”고 하자 김씨는 달뜬 목소리로 자랑을 시작했다. “실물이 더 예뻐요. 키가 173㎝나 되고 공부도 잘 했지요. 선생님이 된 뒤로 제자들과 보낸 시간이 더 많았지만,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아빠와 팔짱 끼고 영화 보러 가던 살가운 딸이었어요.”

김씨의 딸 초원씨는 충남 공주대 사범대에 입학해 기숙사 생활을 한 4년을 빼면 22년을 아버지 곁에 있었지만 지금은 세상에 없다. 지난해 4월 16일, 30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에서 초원씨는 담임을 맡았던 2학년 3반 학생들을 구하다 26세의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김씨는 그런 딸을 아직 떠나 보내지 못하고 있다. 누구보다 학생들을 좋아했던 딸이 단지 기간제 교사라는 지위 때문에 숭고했던 죽음마저 차별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 기가 막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11명의 선생님 중 아직 수습되지 못한 교사 2명을 제외한 7명의 정규직 교사들은 순직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정부는 초원씨와 이지혜(당시 31ㆍ2학년 7반 담임) 교사만은 예외로 했다. 비정규직인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순직이나 의사자 대상에도 올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12일에는 두 사람이 공무원법이 아닌 산업재해 관련법 적용 대상이란 정부 입장이 통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죽어서도 다른 대우를 받는 기간제 교사는 전체 교사 38만3,000명 가운데 4만2,000명으로 11%나 된다.

김씨는 지난해 장례를 치른 후 28년을 근무한 회사를 그만 두고 딸의 명예 회복을 위해 싸우고 있다. 실종자 수색작업이 진행되던 작년에는 매주 진도 팽목항에 내려가 아직 올라오지 않은 학생들이 나오길 기도했다. 지금도 간간이 팽목항을 찾고,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세월호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딸은 정규직 교사와 똑같이 학생들을 지도했고 담임도 맡았습니다. 보충수업도 다 하고 학생상담일지도 썼어요. 그런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되니 똑같지가 않더군요. 기간제 교사는 죽어서도 차별을 받아야 합니까.” 아버지 김씨는 절규했다.

초원씨는 공주대 사범대를 수석으로 졸업할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지만, 유독 교사 임용시험과는 인연이 없었다. 1차 필기 시험에 두 번 합격하고도 2차 시험에서 낙방했다. 초원씨가 전공한 화학 과목의 임용 인원은 전국에 걸쳐 한해 15~20명에 불과하다.

초원씨는 2013년 경기 시흥시 시흥중학교에서 6개월 계약직으로 기간제 교사를 시작했다. 이듬해 3월부터는 단원고에서 교편을 잡았고, 2학년 3반 담임이 됐다. 담임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새내기 교사는 학생들과 많은 추억을 만들어 갔다. 매일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는 밤10시30분까지 학교에 남아 학생들과 함께 했다. 주말에도 제자들과 등산을 가거나 맛난 것을 먹으러 다니곤 했다. 교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학생들을 친동생처럼 챙겼던 그런 딸이었다.

학생들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단원고 기간제 교사 김초원씨 아버지 김성욱씨가 6일 경기 안산시 세월호합동분향소에서 제자들이 딸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안산=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학생들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단원고 기간제 교사 김초원씨 아버지 김성욱씨가 6일 경기 안산시 세월호합동분향소에서 제자들이 딸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안산=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기간제도 공무원… 순직 포함돼야"

부총리ㆍ변협 입장 밝혔지만

인사혁신처 "업무상 사망일 뿐"

아버지 "딸의 명예 찾게 해주세요"

세월호 참사가 빚어진 지난해 4월 16일은 초원씨의 생일 날이었다. 세월호가 당초 출항 시간을 훨씬 넘겨 제주도를 행하고 있던 15일 자정, 3반 아이들은 선생님을 위한 깜짝 파티를 열었다. 케이크에 초를 꽂아 불을 붙이고, 푼돈을 모아 산 귀고리와 목걸이를 선물했다. 그리고 사흘 뒤인 18일 그는 아이들이 선물한 귀고리와 목걸이를 한 채 싸늘한 주검이 돼 발견됐다.

“초원이는 교육 연구원으로 대학에 남으라고 할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하지만 학생들이 좋다고, 교사가 되고 싶다고 학교로 갔던 딸입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어요. ‘내 딸도 단원고 교사였다’는 인정을 받고 싶을 뿐이에요.” 아버지 김씨의 말은 “초원이의 명예를 찾게 해 주세요”라는 말에서 한동안 멈췄다.

안산 단원고 전 교장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사고 당시 상황 보고서’에는 세월호 참사 때 김초원, 이지혜 교사의 행적에 나와 있다. 두 교사는 탈출이 가장 쉬운 세월호 5층 객실에 머무르다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기 위해 4층으로 내려갔다. 초원씨의 행적은 세월호에 탑승했던 강민규 전 단원고 교감이 교장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하면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해 6월 경기도교육청에 딸을 의사자로 신청했다. 하지만 의사자 심사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는 앞선 두 번의 심사에서 ‘보류’ 판정을 내렸다. 의사자로 인정하기 위한 증거나 증인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강민규 전 교감은 사고 직후 구출됐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초원씨가 담임을 맡았던 3반 학생들은 갑판에 있던 8명을 제외한 26명이 구조를 기다리다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교감은 ‘교사들에게 애들 챙기라고 내려 보냈다’고 교장선생님께 구두로 보고하고 (목숨을 끊었고), 학생들은 안에서 목숨을 잃었는데 복지부는 증인을 데려오라고 하니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담임선생님으로서 정규직 교사와 다름없이 아이들을 가르쳐왔고, 죽음의 순간까지 아이들과 함께했던 결과가 ‘차별’이라는 사실에 김씨는 절망했다. 지난해 5월 경기도교육청은 세월호 참사로 숨진 교사들의 유족들을 대상으로 ‘단원고 사망 실종 교원 명예 추서 및 유족 보호 방안’에 대한 안내를 하면서 ‘순직인정 및 지정’ 항목에서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김초원·이지혜 교사를 배제했다. 김씨가 딸의 명예를 찾기로 결심한 것도 이 때부터다.

희망도 없진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달 22일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 역시 교육공무원에 해당된다”며 “김초원, 이지혜 교사도 정부의 순직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정부에 전달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 가능성 관련’ 검토를 요청한 결과, 기간제 교사 역시 교육공무원법과 공무원연금법을 모두 적용받는 공무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달 1일 국회에서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고 또 교사로서의 모든 권한과 자격이 있는데 그 처우에 관해서는 아직 미비한 점이 있다”며 “공식적으로 이것(순직)은 반드시 관철됐으면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공무원 인사관리를 담당하는 인사혁신처는 초원씨가 기간제 교사였다는 이유로 순직 심사 대상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순직’ 대상은 ‘상시 공무에 종사하는 자’인데, 기간제 교사는 ‘상시 공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2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김초원, 이지혜씨 유족이 제출한 순직인정 신청에 대해 최근 공문을 통해 “기간제 교원(민간근로자)은 국민연금 등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으니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사망’에 따른 보상이 이뤄진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에 문의 및 필요한 행정적 조치를 해달라”고 밝혔다. 심사조차 하지 않고 예의 논리를 내세워 순직신청을 반려한 것이다.

죽음까지도 차별 받는 어처구니 없는 사회적ㆍ제도적 모순을 깨고 딸의 명예를 찾기 위해 김씨는 싸움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김씨는 12일 기자와 통화에서 “정부의 처사가 속상하지만 그래도 전국의 선생님들, 우리 딸들의 순직이 인정되길 바라는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산=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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