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수강생 늘어 커뮤니티까지
“세계 석학들의 강좌도 듣고 영어 공부도 하고 일석이조(一石二鳥)죠.”
유학을 가지 않아도 세계 유수 대학의 강의를 공짜로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대규모 온라인 공개 수업을 뜻하는 ‘무크’(MOOCㆍMassive Open Online Course)가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미국에서 시작된 무크는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조금씩 바람이 일고 있다.
2013년 초부터 꾸준히 무크를 활용해 온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대학원생 안세원(26)씨는 3일 “학교 수업을 제외하고 매 학기 평균적으로 2개씩 무크 강좌를 듣고 있다”며 “국내에서 누릴 수 없는 양질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예컨대 안씨는 2013년 말 예루살렘 히브리대 역사학과 유발 노아 하라리 교수의 ‘인류의 역사’라는 수업을 들었다. 호모사피엔스부터 현대의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한 커리큘럼을 담고 있어 서양ㆍ동양사, 고대ㆍ중세ㆍ현대사 등 시대별ㆍ테마별로 나누어 가르치는 국내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수업이었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작가이기도 한 교수의 수업을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라고 안씨는 말했다. 무크에는 호주 명문 멜버른대 피터 맥피 교수의 ‘프랑스 혁명’ 등 국내에는 드물지만 특정 부분을 심도 있게 다룬 명강의도 많다.
대표적인 무크 플랫폼은 미국 스탠퍼드대 인공지능연구소 박사들이 세운 ‘코세라’(Coursera),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공동으로 설립한 ‘에드엑스’(edX), 구글 부회장 세바스찬 스런이 만든 ‘유다시티’(Udacity) 등이 있다. 이들 사이트에 들어가면 듣고 싶은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코세라의 경우 국내 카이스트, 연세대 등을 포함해 전세계 110여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수강생이 1,280만명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무크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무크 강의를 듣는 사람들로 구성된 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회원이 2,000명을 넘어섰다.
물론 무크 강의에도 단점은 있다. 외국어로 된 수업이라 문턱이 높고 수업 과정을 통제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중도 포기하기 쉽다. 김형률 숙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오프라인에서 만나 공부한 내용을 공유하길 추천한다”며 “고교생에게는 대학 때 선택할 전공을 미리 들어보는 기회가, 대학 전공자들에게는 인접 전공까지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교육부는 9월 우수한 강좌를 인터넷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는 한국형 온라인공개강좌(한국형 무크ㆍK-MOOC)를 선보일 계획이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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