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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성지' 코트 밖 프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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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성지' 코트 밖 프로들

입력
2015.06.3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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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볼보이·볼걸 경쟁률 3대 1

뽑혀도 체력·이해력 등 평가 받고 실제 경기장 서기까지 고된 훈련

15개월 걸려 8mm 길이 잔디 만드는 관리인들 축적된 노하우도 박사급

2015 윔블던 테니스대회 이튿날인 30일, 신예 흑진주 슬로안 스테판(미국)이 잉글랜드 클럽의 테니스코트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 전문 관리인들의 섬세한 손길을 거친 정돈된 잔디 코트가 눈부시다. 윔블던=AP 연합뉴스
2015 윔블던 테니스대회 이튿날인 30일, 신예 흑진주 슬로안 스테판(미국)이 잉글랜드 클럽의 테니스코트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 전문 관리인들의 섬세한 손길을 거친 정돈된 잔디 코트가 눈부시다. 윔블던=AP 연합뉴스

윔블던에서는 ‘모두’가 프로다. 절도 있는 동작의 볼보이ㆍ볼걸들과 윔블던의 상징 잔디 코트를 만드는 관리인들까지 선수 못지 않은 전문성을 갖춘 곳이 바로 윔블던이다.

공이 네트에 걸리면 물 찬 제비처럼 공을 낚아내는 볼보이와 볼걸들은 경기 중 관중들의 시선을 빼앗는 존재다. 팔이 귀 옆에 바짝 붙을 정도로 손을 번쩍 들어 공을 건네는 포즈는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 말 그대로 모든 동작에 ‘각’이 살아있다. 6명이 한 조가 돼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볼보이ㆍ볼걸들 덕에 코트 위에 공들은 빈틈 없이 관리된다.

윔블던 볼보이와 볼걸들은 엄격한 심사와 훈련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영국 윔블던 인근 학교에서 매년 750명 정도가 볼보이ㆍ볼걸 모집에 응시한다. 최종적으로 250명의 소년ㆍ소녀가 선발되는데 경쟁률이 3대1인 셈이다.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은 물론, 지속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대회 주최측은 후보자들의 전반적인 체력과 함께 공을 다루는 능력, 타이브레이크나 공 교환 등 경기에 대한 이해를 점검한다. 이 과정에서 윔블던 무대에 서지 못하고 떨어지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선발이 된 후에도 2월부터 6월까지 계속해서 고된 훈련을 받아야 한다. 나이는 평균 15세로 한번 선발되면 2년을 봉사한다. 볼보이와 볼걸들에게도 윔블던의 ‘벽’은 높다.

녹차가루를 곱게 뿌려놓은 듯한 윔블던의 부드러운 잔디는 코트 관리인의 노고를 대변한다. 관리인장을 비롯해 28명의 관리인이 대회기간 동안 41개의 잔디를 관리한다.

대회를 위해 잔디 코트를 준비하는 기간도 15개월이나 걸린다. 매년 4월에 씨를 뿌리고 5월까지 잔디 길이가 15㎜까지 자라도록 한다. 이후 대회 기간 동안 경기 규격인 8mm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잔디를 깎는다.

경험이 축적된 관리인은 거의 ‘잔디 박사’에 가깝다. 그들은 잔디를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잔디가 얼마나 많은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지, 잔디가 건조해 지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 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잔디를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 역시 관리인들이 수행해야 할 임무다. 관리인들은 코트에 빗방울이 떨어지자마자 네트, 기둥, 의자, 타월 등 모든 것을 치우고 천으로 된 덮개로 잔디를 씌우는데, 이 모든 것이 이뤄지는 데 겨우 4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들의 모든 노하우는 1877년 대회가 처음 개최된 이후 쌓여온 역사 그 자체다. 대회에 참가하는 톱 선수들뿐만 아니라 구석구석까지 ‘프로’들로 채워진 윔블던은 이곳이 왜 ‘테니스의 성지’인가를 증명한다.

윔블던=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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