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 버린 젊음을 한탄할 것인가, 남은 시간에 공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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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 버린 젊음을 한탄할 것인가, 남은 시간에 공헌할 것인가

입력
2015.06.2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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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받을 용기' 저자의 노년 준비법

공동체에 공헌하라 그럼 끝이 아니다

'늙어갈 용기' 기시미 이치로 지음ㆍ노만수 옮김 에쎄 발행ㆍ388쪽ㆍ1만6,000원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 그러나 각자에게는 저마다의 죽음.’ 카뮈의 말이다. 죽음은 그 주체가 아무리 연로했을지라도 예상치 못한 순간 홀연히 찾아와 온전히 홀로 겪어야 한다는 점에서 두렵다. 100세 시대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으로 다가오는 시대다. 제대로 늙는다는 것이 동안 피부와 페이스 리프트 수술 등으로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모두가 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 두려움을 받아들일 마음의 근육이 없다.

‘미움 받을 용기’로 아들러 심리학 열풍을 불러일으킨 기시미 이치로의 ‘늙어갈 용기’는 불혹 이후의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아들러 심리학과 자신의 일대기 및 독서편력을 편집해 엮은 이 책은 질병과 노화, 죽음의 공포를 용감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워주고자 씌어졌다. 어린 시절 모친과 형제의 요절을 겪고, 50세에 심근경색을 앓았으며, 몇 년 전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저자에게 이 주제는 핍진하다 못해 절박하다.

저자는 먼저 “불안해지는 것에는 목적이 있다”는 아들러의 말을 인용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사실은 불안하기 때문에 인생의 여러 과제에 몰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숱한 과제에 몰두하지 않기 위해서(혹은 회피하기 위해서) 불안이라는 감정을 우려내고 있는 것”이다. 죽음의 공포는 미리 겪는 예기 불안이다. 에피쿠로스의 말을 떠올려보자.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죽음이 실제로 존재할 때에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질병도 다른 인생의 과제처럼 용기있게 맞이해 응답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병을 퇴치해야 할 악이 아니라 몸이 주인에게 걸어오는 말이라고 해석한다. 치료라는 것은 병이라는 몸말에 응답하는 것이고, 쾌유는 바로 그 몸말에 책임을 다한 것이다. 책임을 뜻하는 영어단어 responsibility가 응답의 response와 능력의 ability가 결합해 만들어진 단어. 그러므로 질병으로부터의 회복은 병이 들기 전의 몸으로 되돌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신체와의 새로운 관계에 들어서는 것이다.

치매에 대한 우리의 공포는 뇌로 대표되는 인식작용을 인간의 근간으로 파악하는 근대적 인간관을 반영한다. 그러나 우리는 뇌 작동의 정지를 곧바로 존재의 소멸로 취급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우리의 슬픔의 기저에는 이미 아들러의 명제가 자리잡고 있다. “행위 차원에서는 도움되지 않는 사람도 존재의 차원에서는 공헌할 수 있다.” 병들어 누워 있는 부모, 자식, 형제, 연인의 행위가 멈추어도, 그 존재는 내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작용을 끼치고 있으며, 심지어 공헌하고 있기까지 한 것이다. 우리는 이 지독한 절망에 목을 꺾고 애통해하길 멈춘 채 오랜 시간 축적된 그 존재의 의의를 재해석해야 한다. 나이듦을 행위의 차원이 아니라 존재의 차원에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들러 심리학이 공헌하고자 하는 바는 이처럼 명확하다. 타자, 더 나아가 공동체에의 공헌이다. 자신의 잃어버린 젊음을 한탄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타자에게 공헌하는 것이 노년기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죽음은 존재의 소멸이라는 점에서 우리를 두렵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후에도 존재의 의의로 타자들에게 공헌한다. 지금 여기에서의 삶이 소중한 이유다. “인생은 끝이라는 게 있지만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히 길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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