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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감염 삼성병원 의사 "뇌 손상" 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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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감염 삼성병원 의사 "뇌 손상" 위중

입력
2015.06.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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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 판정 받은지 일주일 만에... 면역력 부작용 현상 가능성

통제 벗어난 환자 속속 발생... 정부 "3차 대유행 불가피" 시인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35번 환자 박모(38)씨가 뇌가 손상됐을 만큼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와 관련된 한 관계자는 11일 박씨 가족이 “박씨가 뇌가 손상되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씨의 가족들은 병원 측 통보 이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장례 절차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 측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박씨의) 상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현재 호흡 곤란이 있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고 생명이 위독한 상황은 아님을 주치의를 통해 확인했다”며 치료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씨를 치료 중인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기도삽관과 강제 혈액순환을 돕는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 장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크모는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인공막을 통해 부족한 산소를 다시 환자 몸 안에 공급하는 장치로, 심장이나 폐 기능이 거의 마비된 환자에게 쓰는 인공 심폐기다.

이달 4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박씨는 지난 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35) 옆 병상에 있는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밤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달 29일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의사가 30일 1,565명이 참여한 서울 양재동의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했다”고 밝히면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박씨는 당시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것은 31일 오전이고 스스로 자가 격리를 했는데 메르스를 전파했다고 하니 황당하다, 박원순 시장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8일 “메르스 전염이 의사와 병원의 부주의 탓이라는 오해가 야기됐을 수 있다”며 사과했다.

박씨는 지난 5일에도 본보 등 언론과 장시간 전화 인터뷰를 할 정도로 증상이 심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의 위중한 상황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10일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다”고 공개하면서 처음 드러났다.

하지만 박씨는 30대로 젊은 데다 지병도 없었다. 가벼운 알레르기성 비염 정도만 앓던 건강한 사람이 위독한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는 보건당국도 예측하지 못했다. 박씨 가족들은 “박 시장이 스트레스를 줘 면역력이 약해져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메르스 사망자 10명의 평균 나이는 71.1세로 모두 고령인데다 천식 폐렴 심장질환 등 원래 앓던 질환이 있었다. 사망자 중 의료진은 한 명도 없다.

일부에서는 젊은 층에게 발생하는 면역력 부작용 현상인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이면서 다른 질환이 있는 사람이 메르스로 사망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건 맞지만, 젊고 지병이 없는 사람도 증상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이날 보건당국의 통제를 비켜난 메르스 환자가 속속 나타나면서 ‘3차 대유행’이 불가피한 국면에 접어 들었다고 시인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11일 국회 메르스대책 특위에 참석해 “3차 유행을 촉발시킬 ‘슈퍼 전파자’로 3명을 염두에 두고 관련 병원의 환자 발생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새 슈퍼 전파자로 지목된 환자 3명은 90번(62ㆍ사망) 98번(58) 115번(77ㆍ여)으로 삼성서울병원에 바이러스를 퍼뜨린 14번(35) 환자와 지난 달 27일 접촉했다. 이들은 확진 이전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각 지역 병원을 옮겨 다니며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90번은 14번 환자는 당시 7시간 동안 응급실에 머물러 자가격리 대상이나, 열흘 가량 충북 옥천 의료기관 3곳과 대전 을지대병원 응급실 등 4개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98번 역시 서울 양천구 메디힐 병원에 5일 간 격리 없이 입원해 치료 받았다. 115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외래진료 중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나, 확진 때까지 10일 넘게 경남 창원SK병원 등 지역 병원 4곳을 돌아다녔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메디힐 병원을 전격 폐쇄하는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문제 병원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건당국은 “공기 감염은 없다”고 재확인하고, 메르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서 국민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라면서 병원간 이동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본지는 앞서 박씨의 상황에 대한 취재를 종합해 ‘뇌사 상태’로 드러났다고 보도했으나 의료팀이 뇌사를 공식 확인하지 않은 만큼 표현을 수정했습니다. '뇌사'라는 표현으로 가족과 독자 여러분께 걱정을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서울 성동구보건소 직원들이 11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서울 성동구보건소 직원들이 11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10일 오전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을 찾은 한 시민이 손소독을 하며 입구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을 찾은 한 시민이 손소독을 하며 입구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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