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 아이돌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세 회사가 아이돌을 만드는 방식들.
● SM은 아이돌의 세계를 만든다
H.O.T.가 출연한 영화 '평화의 시대'를 기억하는가. H.O.T.가 문자 그대로 우주 평화를 위해 축구(!)로 싸우는 내용인데, 개봉 당시 H.O.T.의 인기에 기댄 작품이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영화의 낮은 완성도와 별개로 H.O.T.는 데뷔 당시 우주에서 온 존재라는 설정 등 팀의 현실과 별개로 이뤄지는 스토리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했다고 한다. '평화의 시대' 같은 영화는 그런 아이디어에서 나왔던 일종의 조각인 것.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SM에서는 EXO의 멤버들을 초능력자로 설정하며 과거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킨다. 그만큼 SM은 아이돌을 환상속의 존재로 보고,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EXO처럼 스토리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매번 앨범마다 멤버들에게 명확한 캐릭터의 콘셉트를 잡아주고, 뮤직비디오를 통해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EXO처럼 스토리를 부여하지는 않더라도 f(x)의 'Red light'처럼 환상과 현실의 경계 사이에 있는 듯한 콘셉트를 제시하고, 공식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콘셉트에 깔린 스토리가 존재한다. 또한 EXO는 각각 다른 세계에서 각각 한 쌍을 이루는 멤버들이 EXO-K와 EXO-M으로 활동한다는 설정이 있는데, 이를 위해 각각 대응하는 멤버들의 키까지 비슷하게 맞췄을 정도. 그만큼 SM은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팀에 따라 멤버를 선발하고, 그 팀에게 캐릭터, 스토리, 세계관 등을 부여한다. 그리고 이 바탕에는 시장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있다. EXO-K와 EXO-M의 설정은 한 그룹이 둘로 나뉘어 한국과 중국 동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기도 하다.
● YG는 아이돌 리더를 뽑는다
원타임에는 테디, 빅뱅에는 지 드래곤, 위너에는 강승윤, 곧 데뷔할 그룹 아이콘에는 바비가 있다. 모든 아이돌 그룹이 팀마다 리더를 두기는 하지만, YG의 남자 아이돌 그룹에서 리더는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빅뱅이 데뷔 당시 찍었던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에서는 시작부터 지 드래곤이 사실상의 리더 역할을 했고, 아이콘의 리얼리티 쇼 m.net?'믹스 & 매치'는 비 아이를 리더로 확정한 상태에서 그의 리더십을 시험하기도 했다.
리더가 팀 내에서 프로듀서의 역할을 하면서 팀의 방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도 특징. 그만큼 멤버 개개인의 역량과 개성이 팀의 성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도 개성 강한 리더가 곧 그 팀이 만들어내는 '남자 캐릭터'라는 점이 중요하다. 원타임은 테디의 랩과 특유의 분위기가 없으면 성립할 수 없었고, 빅뱅의 감각적인 스타일링이나 음악적 분위기는 지 드래곤의 정체성과 그대로 연결되기도 한다. SM이 시장을 파악하고, 그 시장에 맞는 팀을 세밀하게 기획한다면 YG는 리더로 세울 매력적인 사람을 찾고, 그 사람의 매력을 팀의 것으로 확장시키도록 한다. 그만큼 리더를 잘 뽑고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YG의 양현석 회장이 서태지와 아이들로 활동하며 뛰어난 뮤지션이 발휘할 수 있는 힘을 직접 경험한 것이 소속 아이돌 그룹을 기획하는데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 JYP는 아이돌을 그들끼리 놀게 한다
god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데는 아이를 키우는 리얼리티 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PM은 데뷔 전부터 리얼리티 쇼?m.net '열혈남아'에 출연한 것을 비롯해?m.net '와일드 바니', MBC에브리원 '떴다 그녀' 등에 출연했다. 이들은 이런 리얼리티 쇼에서 문자 그대로 떠들고 뒹굴며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여기서 생기는 케미스트리는 순식간에 팬들을 끌어 모았다. 그만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잘 노는 멤버들로 구성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god의 'Friday night'은 당시 아이돌 그룹으로서는 드물게 금요일 밤에 신나게 놀자는 노래였고, 2PM의 '10점 만점에 10점' 역시 여자 하나를 두고 남자들이 환호하며 노는 곡이었다. 리얼리티 쇼를 찍지는 않았지만 got7 역시 데뷔곡 'Girls girls girls' 뮤직비디오에서 매력적인 소녀에게 그들이 얼마나 잘 노는지 보여준바 있다. 한마디로 놀 줄 아는 남자들이 우글우글한 것이 JYP의 남자 아이돌 그룹. 이것은 그 자신이 바로 그런 남자인 JYP 프로듀서 박진영의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을 듯. 그만큼 모아놓고 노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고, 다른 그룹들에 비해 이른바 '땀 냄새'가 난다. 다만 여자 아이돌 그룹의 경우에는 무조건 잘 노는 그룹으로 나오지는 않고, 팀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콘셉트를 보여주기도 한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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