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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외환銀 매각 수사 때 美정부의 도청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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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외환銀 매각 수사 때 美정부의 도청 의심"

입력
2015.06.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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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의혹' 핵심 인물인 스티븐 리

2006년 국내 소환 위해 물밑작업

부모 설득해 경유지 日서 만나기로

출발 전날 갑자기 연락두절돼 실패

"美 정치 거물들이 움직였을 것"

2006년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외환은행을 매입했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핵심 관계자를 설득해 국내로 소환하기로 했으나, 석연치 않는 이유로 무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5조원대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당시 수사팀에서는 “미국 정부가 도청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대검찰청의 핵심 관계자는 2일 “중수부 검사가 론스타코리아 대표였던 스티븐 리와 그의 부모를 여러 차례 설득해 스티븐 리가 (검찰에) 나오기로 했었다”고 밝혔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우리 금융당국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규명하는데 핵심 인물로 지목됐던 스티븐 리는 수사 직전 미국으로 도피했었다. 이 관계자는 “(수사팀 관계자가) 일본에서 그와 만나 국내로 데려오기로 했는데 일본으로 들어오기 전 날에 스티븐 리와의 연락이 두절됐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직접 오지 않고 일본을 경유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바로 들어오게 되면 행적이 의심 받을 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도피 중이던 스티븐 리가 검찰 조사에 응하기로 한 것은 “그의 부모님이 있는 고국을 버린다면 앞으로 (미국에서) 떵떵거리며 잘 살 수 있었겠지만, (그와 반대의)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븐 리에 대한 물밑 접촉 작업은 당시 수사팀 내에서 영어가 능통했던 일부 검사를 통해 은밀하게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리가 한국에 들어오기로 한 정확한 일시에 대해서는 “더 말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이 관계자는 스티븐 리 소환이 좌절된 배경에 대해 “그게 (미국 정부에서) 도청이 돼 버렸던 것 같다”며 “미국에서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이 있으면 즉시즉시 하니까, 도청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실제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은 세계를 상대로 한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도감청 프로그램을 폭로했으며, 미 정부도 이를 인정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일일이 밝힐 건 아니지만 론스타는 국제 정치 역학과 관계가 많았다”며 “미국 정치 거물들이 움직였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또 “론스타 사건은 국수주의다 뭐다 논란이 있지만, 론스타가 잘못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으나 무죄가 선고됐다. 다만 매입과정에서 외환카드 주가조작과 배임 혐의로 기소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전 대표는 징역 3년을 확정 받았다. 수사팀은 유씨의 구속영장이 수사 당시 수 차례 기각된 것도 론스타의 로비실체를 완전히 밝히지 못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론스타는 결국 외환은행을 되팔아 약 4조6,600억원의 차익을 챙겼고, 한국 정부의 불합리한 과세로 5조1,0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소송을 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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