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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인증서 없앤다더니… 슬그머니 부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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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인증서 없앤다더니… 슬그머니 부활하나

입력
2015.05.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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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카드 새로 허용했지만

공인인증서 없으면 발급 안돼

직접 지점 찾아 본인 인증해야

"보안 위험 줄이기 위해선 불가피"

금융당국은 해명하지만

규제개혁 정책에 역주행하는 꼴

A씨는 플라스틱(실물) 카드 없이도 별도 발급이 가능해진 모바일 카드를 신청하려다 결국 카드사 지점을 방문해야 했다.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휴대전화인증을 통해 신청을 하는 절차까지는 간단했는데, 문제는 발급 과정에서 발생했다. 단말기에 앱을 설치한 후 카드를 발급(다운로드)받으려 하니 공인인증서 인증을 요구한 것이다. 카드사에 문의했더니 공인인증서가 없으면 직접 지점을 방문해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카드 결제를 할 때도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데 굳이 따로 발급 받기가 번거로워 지점에 가서 본인 인증을 했다”고 말했다.

당장 이번 달부터 펼쳐질 수 있는 가상 상황이다. 정부의 금융 규제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세계 최초의 모바일 단독 카드 출시가 임박한 가운데 시장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규제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쉽고 빠른 카드 발급을 통한 모바일 시장 활성화를 제도 도입의 취지로 내세웠지만, 정작 카드 발급을 하려면 공인인증서 인증이 필요하다는 점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공인인증서가 불필요한 규제의 상징으로 뭇매를 맞고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기조에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규제완화로 플라스틱 카드 없이 모바일카드 발급이 가능해지면서 대부분 카드사들은 이달 중 관련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모바일 카드로 결제할 경우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모바일카드를 이달 내 출시할 예정이고, 우리카드도 모바일 전용카드 ‘모바이(MO BUY)’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카드업계에서는 모바일 단독 카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발급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환영하지만, 당초 취지에 맞지 않는 규제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공인인증서가 없을 경우 인터넷 상에서의 카드 발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불만이 높다.

여신금융협회가 지난 6일 내놓은 ‘모바일카드의 단독 발급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카드 신청이 승인된 후 비대면으로 발급을 받으려면 공인인증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6조에 비대면 방식으로 카드 발급을 하려면 공인전자서명을 통하여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모바일 카드라고 해도 이전의 실물 카드와 똑 같은 법이 적용 되기 때문에 기존의 카드 발급 절차를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도의 역주행이다. 작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소비자들이 공인인증서 때문에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천송이 코트’를 구매할 수 없다더라”고 발언한 이후 금융위원회는 온라인에서 30만원 이상 결제 시 적용됐던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화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현재 모든 카드사들은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간편결제’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런데 모바일 카드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다시 공인인증서의 부활을 앞두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인인증서를 없애는 추세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제도 도입초기인 만큼 보안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에서는 ‘24시간 이후 발급’원칙 역시 불필요한 규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화점 할인 등 이벤트 기간에 맞춘 ‘스팟성 상품’의 출시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고위 임원은 “공인인증서나 24시간 후 발급 등의 규제로 인해 ‘쉽고 간편한 발급’이라는 모바일 단독 카드의 최대 장점이 제대로 빛을 보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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