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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먹방'을 아세요?

입력
2015.05.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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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방송계를 넘어 일상까지 물들인 먹방·쿡방.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 더 화제가 되는걸까요? '대한민국, 식탐에 빠지다'에서는 먹는 문화에 열광하는 사람들과 이를 보는 시선을 조명합니다.

요즘 먹는 것이 더 웃기고 재밌어졌다. SNS에서나 떠도는 자기 과시 혹은 비주류 콘텐츠로 인식되던 먹방 문화가 이제 예능, 드라마 등 방송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음식 관련 방송이 아니라도 맛있게 먹는 장면은 흥행의 필수 요소가 됐다. 최근에는 일회성 ‘먹방’을 넘어 요리 만들기를 주제로 한 ‘쿡방’까지 우후죽순으로 생산되고 있다. 방송에서 얻은 영감은 대중을 통해 또다른 유행으로 확대 재생산 되는‘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바야흐로 2015년 대한민국은 ‘식탐’에 빠졌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녹화현장. '냉장고를 부탁해' 홈페이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녹화현장. '냉장고를 부탁해' 홈페이지

1. 최초의 먹방은 '아프리카TV 방송'

2009년 1인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에 먹는 모습을 방송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처음엔 그냥 신기하고 재미있는 시도 정도로만 여겼다. 예쁜 외모의 BJ일수록 인기를 끌었다. 네티즌은 마른 몸매의 젊은 여성이 고칼로리 배달음식으로 과식하는 모습을 보면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연예인의 먹는 모습이 화제가 되는 사례도 등장했다. 2010년 영화 '황해'에서 배우 하정우가 김, 핫바, 감자 등을 실감나게 먹어 치우는 연기가 유독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전반적인 연기력도 호평이었지만 ‘음식 흡입’이 주는 임팩트는 더 강했다. 대중들이 스타의 정제된 이미지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더 열광한다는 사실은 연예계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후 '먹방'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한다.

2. 기승전 '먹방'…육아·군대 예능도 식사 장면 부각

맛집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에도 먹방은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됐다. MBC ' 아빠 어디가'는 아이들의 먹는 모습을 자주 부각시켰다. 특히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가 남다른 식욕으로 많은 누나, 이모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제작진은 아이들의 먹방에만 그치지 않고 아빠들의 요리대결로 색다른 재미를 가미하기도 했다. 방송인 김성주가 소개한 '짜파구리'는 레시피의 흥행을 넘어 관련 제품의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지금까지 사랑이와 삼둥이의 먹는 모습을 자주 노출하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

여자 스타들도 먹방을 적극 활용했다. 걸그룹 걸스데이의 혜리는 MBC '진짜 사나이'에서 털털하게 제육볶음을 먹어 시청자의 호감을 샀다. SNS 포스팅을 즐기는 가수 홍진영은 자신이 먹은 음식을 SNS에 올리면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여자 스타들이 잘 먹는 모습을 어필해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3. 식신로드·테이스티로드…맛집 프로그램의 강세

2010년부터 꾸준히 진행한 맛집 소개 프로그램도 먹방 컨셉을 곁들이면서 인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Y-STAR '식신로드'와 올리브TV '테이스티로드'는 젊은 층이 좋아할만한 이색적인 메뉴의 맛집을 소개해 시청률을 잡았다. 개그맨 정준하처럼 먹는 모습이 ‘예술’인 진행자 섭외는 기본이었다. '테이스티로드'의 경우 관련 맛집이 ‘대박’이 나서 업주들이 방송 출연 사실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먹방' 자체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도 나왔다. 1인 가구의 식사를 주제로 한 tvN '식샤를 합시다'는 국내 대표 먹방 드라마답게 주인공의 식사 장면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음식의 다채로운 색감과 먹는 소리를 살리는 연출 기법은 시청자에게 눈으로 먹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지난달 6일부터 시즌2가 시작됐는데, 인터넷에서는 매회 주인공의 먹는 장면이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돌고 있을 정도다. 여기에 가족, 이성, 이웃과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조화롭게 녹여내 싫증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tvN의 한 관계자는 "'음식'이라는 소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지만, 여러 가지 이야기로 가지 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식샤를 합시다'는 이런 특징을 잘 잡아내 변형된 드라마 형태로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4. 먹방에서 쿡방으로…진화하는 먹는 방송

먹방 관련 방송이 쏟아지면서 제작자들은 타 방송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쿡방’, 즉 요리하는 프로그램이다. 1980년대~1990년대부터 편성됐던 요리 프로그램이 주로 주부들 대상으로 만들어졌다면, 최근에는 1인 가구 맞춤 포맷이 등장하는 등 모양새가 달라지고 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현업에 종사하는 셰프들이 스타의 냉장고 안 재료로 수준 높은 요리를 선보인다. 스타의 실제 살림살이를 엿보는 재미와 함께 실생활에 활용할 만한 레시피로 실용성까지 갖췄다는 평이다.

올리브TV '오늘 뭐 먹지?'에서는 요리 초보도 소화할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를 통해 시청자로 하여금 직접 해 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tvN '삼시세끼' 역시 스타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투박하게 음식을 만들어내 공감을 샀다.

오는 19일에는 스타셰프 백종원을 내세운 tvN '집밥 백선생'이 첫 방송 된다. '집밥 백선생'은 요리 초보인 남자 연예인들이 백종원의 도움을 받아 요리의 달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다.

5. 콘텐츠의 확장…일반인도 즐기는 '변형 먹방'

최근 들어 눈여겨 볼 점은 대중문화에 영향을 받은 일반인들이 먹방을 넘어 요리하는 문화 자체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명현(21)씨는 종종 자신이 만든 음식 사진을 SNS에 올리곤 한다. 과거처럼 ‘연출’하지도 않는다. 완성도 있는 음식 사진에서 나아가 다 태워버린 토스트 사진까지 과감하게 포스팅 한다. 사진을 본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서 ‘소통하는 즐거움’’인정받는 기쁨’을 느낀다는 것.

이씨는 "주변 지인들의 반응을 보고 음식 사진을 자주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가 보편화된 후 예쁜 음식이나 카페 사진을 올리는 것은, 예전처럼 더 이상 과시로 비춰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춘 방송사의 움직임도 흥미롭다. 올리브TV는 오는 23일 열리는 ‘푸드 페스티벌’행사에서 일반인들이 현장에서 요리를 즐길 수 있게 기획했다. 한 관계자는 "올해는 쿡방의 인기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며 "쿡방으로 뜬 스타셰프들과 함께 요리쇼를 진행하는 자리까지 마련했다"고 귀띔했다. 2015년 대한민국 곳곳은 ‘요리를 통한 소통과 힐링’이라는 키워드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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