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재정 추계 과장하는 경향
정확한 사실과 상호불신 해소 먼저"
연금 전문가들은 야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전제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요구를 고집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대신 정부ㆍ여당이 공적연금 강화 의지를 보다 분명히 하는 게 현재의 교착 상태를 풀어갈 출발점이라는 데에도 의견이 일치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야당의 유연한 자세를 촉구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11일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방식에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는 것 외에도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기초연금 강화 등의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며 “야당이 50% 수치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정치권이 공적연금 강화를 위해 노력키로 합의한 것은 중요한 성과”라며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의 장을 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여당이 소모적 정쟁(政爭)을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도 재정 추계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결과적으로는 국민적 불신을 정부가 키우는 꼴”이라고 질타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청와대가 나서서 ‘세금폭탄’이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왜곡된 정보를 전달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전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할 경우 2080년까지 65년간 1,702조원의 세금폭탄을 맞게 된다고 주장한 것을 겨냥해서다.
물론 국민연금기금의 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전제해 국민연금 기여율을 1% 가량만 올리면 소득대체율 50%가 달성된다는 야당의 주장도 아전인수격이긴 마찬가지라는 게 중론이다. 윤 센터장은 “연금과 관련한 재정 추계는 향후 70년을 기준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2060년을 기준으로 접근하는 건 사실에 기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정치권이 사실을 두고 다퉈야 생산적 논의가 가능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야당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시를 고집하는 이유를 정부ㆍ여당의 공적연금 강화 의지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여권이 공적연금 강화 의지를 보다 분명히 하는 게 해법 마련의 출발이라는 지적이다. 오 위원장은 “결국은 상호 불신이 문제”라며 “여권이 공적연금 강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새정치연합도 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인다면 논의가 의외로 순조롭게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공무원연금 개혁과 공적연금 강화가 합리적 결론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향후 논의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윤 센터장은 “연금개혁에 성공한 선진국의 공통점은 탈정치화를 했다는 점”이라며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 실질적 노후소득 보장기능 확보라는 두 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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