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0일 바티칸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후 “교황에게 깊은 감명을 받아 가톨릭 신자로 돌아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카스트로 의장은 이날 교황과 만난 후 기자회견을 갖고 “교황의 모든 연설과 논평을 읽었다”며 “그가 계속 이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나도 다시 기도하고 교회에 나가게 될지 모른다, 진심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교황이 예수회 출신이고 나는 줄곧 예수회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나도 예수회 사람”이라면서 “오는 9월 교황이 쿠바에 오면 모든 미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통적 가톨릭 국가인 쿠바에서는 카스트로 의장의 형인 피델 카스트로가 공산혁명 이후 가톨릭을 탄압해 교회와 관계가 틀어졌다가, 1998년 요한 바오로 2세가 쿠바를 방문하면서 호전된 상황이다.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은 당시 교황이 다녀간 후 로마 가톨릭 정교회가 관영 라디오 방송으로 전국에 성탄절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성탄절을 공식 휴일로 지정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나는 쿠바 공산당 출신이고, 공산당은 신앙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지금은 허용하고 있고, 이는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카스트로 의장은 이날 오전 바티칸에 도착해 바오로 6세 알현 홀에 있는 서재에서 교황을 만나 약 50분간 대화를 나눴다. 그는 바티칸을 떠나기 직전에도 미국과 쿠바의 관계 개선에 교황이 적극적 역할을 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말 쿠바가 미국과의 외교 관계 정상화를 발표하기에 앞서 양국 대표단을 초청해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주선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교황의 생일인 지난해 12월 17일 관계 정상화 합의 소식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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