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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연말정산 파문의 비용 '4560억원+알파'

입력
2015.05.0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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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직장인들의 민심을 들끓게 했던 연말정산 파동이 사실상 마무리 됐습니다. 지난달 정부의 ‘연말정산 보완대책’이 여야 합의를 거쳐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 이어 6일 진통 끝에 전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보완대책이 오늘 중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달 근로소득자 638만 명의 통장으로 평균 7만원 정도가 들어오게 됩니다.

앞서 연말정산으로 성난 민심에 화들짝 놀란 정부는 지난달 다자녀 세액공제와 연금저축 세액공제율을 올리는 등 각종 공제 혜택을 확대해 근로소득자 541만명에게 1인당 평균 8만원씩을 돌려주겠다는 내용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했습니다. 바통을 이어받은 국회는 한 술 더 떠 연 소득 5,500만~7,000만원인 111만명에게도 1인당 3만원씩을 돌려주기로 결정했는데요. 보완대책의 혜택이 주로 연 소득 5,500만원 이하에 집중돼 ‘중산층’이 소외될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해피엔딩’이라기엔 연말정산 파동의 결과로 잃는 것이 너무 많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우선 재정난에 허덕이는 정부는 이번 보완대책으로 주름살이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미 걷은 소득세수 가운데 올해 돌려줘야 하는 금액만 무려 4,560억원. 더구나 이런 세수 감소 효과는 법이 원상복귀 되지 않는 한 매년 반복될 전망입니다.

세수가 부족하면 무엇보다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세수가 예상(예산)만큼 안 걷히면 정부는 연말에 갑자기 자금 집행을 중단하는 불용(不用)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수많은 기업이나 개인들의 돈 줄이 끊기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연이은 불용이 경제성장률 하락에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언급했습니다.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연말정산 관련 법안인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토론을 벌이던 중 야당 의원들이 퇴장해 파행을 겪고 있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기재위와 법사위를 통과, 오후에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연합뉴스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연말정산 관련 법안인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토론을 벌이던 중 야당 의원들이 퇴장해 파행을 겪고 있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기재위와 법사위를 통과, 오후에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연합뉴스

보완대책으로 근로소득이 있어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가 늘어난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근로소득자 중 740만명(45.7%)이 소득세를 내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면세자 비율은 OECD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할 정도인데, 연말정산 후속대책으로 면세자 비율이 48~49%까지 늘어났습니다. 결국 근로소득자 절반은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게 됐다는 얘기입니다. 면세자가 늘면 늘수록 장기적으로는 저소득층에 불이익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면세자가 늘어나면 소득세수가 적어지는 것은 물론 고소득자나 법인에 세금을 더 걷을 명분이 없어져 전체 세수가 늘지 않게 되기 때문에 결국 복지 예산 등 저소득층에 돌아갈 돈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국회의 보완대책 논의 과정에서 면세자 비율 증가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국회의원이 다름 아닌 진보정당 소속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었다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연말정산 파동의 비용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파동으로 최소한 향후 몇 년 간은 정부나 국회가 소득세 증세에는 사실상 손도 대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소득세수를 확충하지 못하면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증세도 어려울 것이고, 이는 결국 ‘중부담-중복지’로 이행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보다 복지를 더 늘리지 않는다고 해도 비용은 계속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저출산-고령화로 복지 수급자는 늘어나는 반면 비용(세금)을 댈 사람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타개책은 뭘까요. 전문가들은 연말정산 파동의 원인을 돌아보는 것이 첫 걸음이라고 지적합니다. 근로소득자들이 분개했던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 박탈감, 즉 왜 근로소득자의 유리지갑만 터느냐는 분노였다는 겁니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허무한 수사도 화를 키우는 데 한 몫 했습니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번 연말정산 파동은 근로소득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불평등에 대한 저항이 터져 나온 것”이라며 “세수 확충을 위해서는 근로자에게만 세금 부담을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안 되고 고소득자와 법인이 함께 고통 분담을 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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