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신생팀은 스타 등용문으로 통한다. 우선 지명한 아마추어 기대주와 다른 팀의 원석을 데려와 보석으로 가공할 기회의 장을 마음껏 열어준다. 1986년 1군에 뛰어든 7구단 빙그레(현 한화)를 제외한 8구단 쌍방울(1991년)와 9구단 NC(2013년) 등 모든 신생팀들이 첫해 신인왕을 배출했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올해 1군에 진입한 10구단 kt가 '신생팀=신인왕' 공식을 이어갈지에 쏠렸다. kt는 최근 2년간 신인 우선 지명과 지난해 겨울 기존 9개 팀으로부터 특별 지명을 통해 가능성 있는 재원들을 끌어 모았다.
◇신인왕 레이스 참가 선수 실종
kt 코칭스태프는 기대주 육성에 공을 많이 들였다. 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프랜차이즈 스타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투자한 만큼 나온 결과는 아직 없다. 신인왕 레이스에 뛰어든 선수가 단 1명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가며 꾸준히 던졌던 오른손 박세웅(20)마저 롯데와 트레이드로 내줬다.
2014년 1차 지명 선수인 박세웅은 kt에서 6경기에 나가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5.79를 기록했다. 가장 마지막 등판인 지난 1일 NC전에서는 7이닝 2실점 호투로 1군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을 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남의 팀 자식이다.
kt가 믿을 구석은 사이드암 엄상백(19)과 왼손 심재민(21)이다. 엄상백은 선발로 기회를 받고 있고, 심재민은 중간 투수로 나서고 있다. 계약금 3억원씩을 안긴 우완 주권(20)과 홍성무(22)도 이달 말쯤 1군에서 볼 수 있는 기대주들이지만 4명 모두 현재 독주를 펼치고 있는 넥센 내야수 김하성(20)의 아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하성은 5일까지 29경기에서 타율 3할2푼7리 7홈런 18타점으로 강정호(피츠버그)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고 있다.
◇역대 신생팀 신인왕 배출 사례는
쌍방울은 신생팀 최초로 신인왕을 배출했다. 주인공은 왼손 마무리 조규제다. 군산상고-연세대 출신인 조규제는 첫 해인 91년 9승7패 27세이브 평균자책점 1.64의 빼어난 성적으로 첫 영예를 안았다. 입단 동기 김기태(KIA 감독) 또한 타율 2할6푼2리 27홈런 82타점으로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지만 선동열(당시 해태)과 끝까지 평균자책점 1위 경쟁을 한 조규제의 벽에 가렸다.
96년 태평양을 인수한 현대는 호타준족의 상징 박재홍(MBC SPORTS+ 해설위원)이 첫 해부터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하고 신인왕을 수상했다. 2000년 쌍방울을 해체하고 재창단한 SK는 고졸 루키 투수 이승호가 10승12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4.51로 신인왕의 주인공이 됐다.
아홉 번째 심장 NC는 2013년 사이드암 이재학이 10승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 타율 2할4푼3리 14홈런 64타점 12도루의 동료 나성범을 제치고 타이틀을 가져갔다. 이듬해에는 내야수 박민우가 타율 2할9푼8리 50도루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한편 빙그레는 1군 진입 이듬해인 87년 외야수 이정훈(한화 2군 감독)이 신인왕을 차지했다.
사진=kt 엄상백.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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