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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칼럼] 청년, 뒷마당에 꽃 있다

입력
2015.05.0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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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부모보다 못 가지는 시대 환경

이들에 필요한 건 질타가 아니라 격려

행복해지는 새 길 찾아가는 용기 중요

왜 사니? 글쎄다. 묵직한 책에선 철학운운의 답안·힌트를 내놓지만 어째 빡빡한 한국현실과는 거리가 좀 멀다. 아니 꽤 먼, 한가한 얘기에 가깝다. 고민할 여유조차 없이 하루하루 버텨내는 삶이 부지기수인 까닭이다. 근원적인 질의응답에 대한 공감과 동의는 기대하기 힘들다. 현실과 이상은 맞닿은 철길의 철로처럼 영원히 접점을 못 찾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살아내야 하니 얄궂기 그지없는 숙명이다.

미완·미생의 청년에겐 특히 복잡한 물음이다. 청년특유의 향상심이 반영된 희망적 꿈을 좇는 이는 거의 없다. 대부분 눈앞의 취업부터 해결하고 보자는 투다. 그것도 지명도를 갖춘 대기업만 거론된다. 사회진입이 어그러지면 인생실패의 주홍글씨가 평생을 따라가니 당연하되 엄연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왜 사는지 삶의 근원화두를 던져본들 고민해볼 여유도, 사고해본 경험도 없다.

굳이 복잡한 철학사유로 삶을 풀자는 건 아니다. 허겁지겁 현재를 보내기엔 살아갈 미래가 너무 길어 그렇다. 현실에 덜미 잡혀 미래마저 저당 잡힐 삶을 걷는 건 잘못됐다. 어떤 삶을 원하는지 청년은 속 깊게 생각해보는 게 좋다. 자, 과연 괜찮은가? 주변권유의 모범답안에 본인인생을 끼워보면 된다. 일단 권유모델의 성취문턱이 높아졌다. 바늘구멍을 뚫을지 하루하루 절망스럽다. 운 좋게 모범경로에 올라선들 그때뿐이다. 선행사례를 보니 인생 괴로운 건 피장파장이다.

아무리 양보해도 평균청년이 좇는 표준궤도는 잘못됐다. 다들 좇으니 맘은 편할지언정 끝내 웃기는 어려운 인생카드다. 남들 하니 따라 하되 그건 껍데기일 따름이다. 그나마 추천경로의 설명력과 정합성은 갈수록 떨어진다. 상황이 변했다. 부모포함 기성세대에겐 꽤 매력적인 선택지였지만 지금 청년그룹에겐 그렇잖다. 단군 이후 최대 스펙의 청년인구지만 결코 부모세대보다 더 가질 수 없는 시대환경이다. 적어도 금전적인 보상체계는 하향평준화가 보편적일 수밖에 없다.

청년은 충분히 힘들고 아프다. 그만큼 좋은 길을 안내하려는 부모심정은 당연지사다. 자녀생각만 하면 아등바등 더 쥘 수밖에 없다. 다만 이는 아이러니다. 외부불경제다. 자녀를 위한 부모선택이 결국 자녀세대 전체에 좌절감을 안긴다. 부모의 인생경로와 기반상식은 먹혀들기 어렵다. 대기업에 들어간들 편한 길이 아닐뿐더러 보호망도 옅어졌다. 그런데도 이쪽만 옳다 고집하면 곤란하다. 속물적 인생모델의 맹목적 강요압박에 다름 아니다.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는 수두룩하다.

청년은 돛단배다. 항구를 떠나 인생항로 초입에 들 찰나다. 이정표와 나침반은 없다. 단체인구로 대형 크루즈에 올라타 호송선단의 지휘로 고속항해를 해온 선배세대와 달리 청년은 아쉽게도 작고 약한 돛단배에 몸을 맡길 운명이다. 하물며 선배세대를 태운 크루즈가 막 지나간, 격한 물결이 요동치는 위험천만의 뱃길을 따라오라 손짓한다. 난파예고의 불안한 인생데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상당수는 항구주변을 배회하며 출항연기·포기를 선언한다. 떠나본들 망망대해 아니던가?

삶에 정답은 없다. 다만 시대적인 설명역할은 있다. 다수가 추종하는 시대맞춤형 라이프스타일이 그렇다. 베이비부머는 산업화를, 386세대는 민주화를 이런 논리맥락으로 추종·실천해냈다. 대가열매는 거대했고, 달콤했다. 청년에겐 이런 게 없다. 저성장·인구병·재정난의 삼중고적인 고빗사위건만 여전히 구태의연한 과거모델이 유령처럼 배회한다. 맞지도 않은 삶을 요구하고 강제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부모는 자녀를 위한 수정된 새로운 행복모델을 제시·인도할 의무가 있다. 청년에게 필요한 건 용기와 응원이지 간섭과 질타가 아니다. 자녀세대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누구도 안 본 뒷마당에 예쁜 꽃이 있는 법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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