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일본 도쿄의 대표적 관광지 아사쿠사(淺草) 부근 ‘에리루’라는 반려동물용품 가게에는 약 40마리의 강아지들이 출동했습니다.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닥스훈트, 말티즈, 치와와 등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요. 자원봉사자들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본 강아지를 직접 보러 온 사람들, 또 입양할 처지는 안되지만 개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행사를 응원하러 온 이들로 붐볐습니다.
이들 강아지들은 동물 보호소에서 살처분 위기에 처했거나 펫샵에서 버려진 동물들로, 이들을 돌보는‘알마(ALMA)’라는 비영리 동물보호단체가 유기견들의 새로운 가족, 즉 양부모(사토오야·里親)찾기 행사를 연 건데요.
우리나라에도 강아지들을 입양할 가족을 찾아주는 행사가 열립니다. 하지만 보통 입양은 온라인으로 많이 이뤄지고, 또 직접 강아지를 보기 위해선 입양하려는 이가 꽤 먼 거리의 보호소를 찾아가야 하는 반면 우리나라로 치면 인사동 부근 가게에서 행사가 열린 겁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자원봉사자들이 보호 중인 강아지를 직접 데리고 나온다는 겁니다. 약 80명 가량이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이라고 하는데요, 이 행사에선 자원봉사자들이 같이 살면서 화장실이나 기본적인 명령을 알아듣는 훈련도 하고 또 강아지의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한 다음에 강아지를 입양할 사람에게 직접 설명도 해주고 있었습니다.
가족이 되기 위한 조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령자가 입양을 원하는 경우라면 만약에 본인이 아플 경우나 또 강아지를 돌봐주지 못하게 될 경우 대신 돌봐줄 수 있는 가족이 있는지 등의 조건이 달립니다. 또 10세 이상 노령견들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노령견의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편하게 쉴 수 있느냐 등이라고 하네요. 조건이 맞으면 강아지를 데려갈 수 있는데 바로 양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고 2주간의 시험 기간을 거친 다음 최종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행사가 열리면 진짜 가족을 찾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1주일에 1, 2마리 정도는 새 가족을 찾는다고 합니다. 또 펫샵에서 구매하지 말고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들이 많다는 것도 알리는 효과를 거둔다고 합니다.
한 자원봉사자에게 “일본에서는 강아지 값이 비싼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강아지를 왜 많이 버리냐”고 물었습니다. 그의 대답은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라며 “아무래도 병들고 나이든 개들을 많이 버리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병들고 나이든 개나 고양이를 버리는 건 공통점인 것 같아 씁쓸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작은 규모지만 많은 이들이 쉽게 참가할 수 있는 행사가 자주 열려 양부모를 얻는 유기견 유기묘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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