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학부모총회를 기점으로 발흥하는 같은 반 엄마들끼리의 자체적인 사교모임은 이미 하나의 제도로 보편화했다. 학부모의 노동력 원조 없이는 학교 운영이 어려운 게 우리나라의 열악한 교육 현실이어서 학교는 아예 반대표 엄마를 뽑아 녹색어머니, 도서관 사서, 급식, 학교 청소 등의 복잡한 봉사 과정을 위임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학교와 교사들이 엄마들의 반모임은 탐탁지 않아 한다.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곳도 있다. 학교에 대한 험담, 교사에 대한 불만 등 뒷말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막을 수 없는 게 있으니 바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방. 사실 오프라인 만남보다 이 공간이 더 위험하다. 어렵기도 하다. 영혼 없는 칭찬을 남발하고 있노라면 자괴감이 찾아오고, 얌전히 있으면 철벽녀로 오해 받으니까.
엄마사회의 금과옥조는 “말조심 또 말조심”이지만, 카카오 톡이나 네이버 밴드 같은 단체 대화방에서의 언행엔 더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실제 만남보다는 SNS상에서의 대화가 더 잦은 데다 여기서의 발언은 절대 주워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학교 흉을 잔뜩 봤는데, 카톡방에 다른 학년의 교사가 있을 수도 있다. 교사도 자연인으로선 한 사람의 학부형. 근무지 근처에 거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를 근무하는 학교에 보내게 되고, 실제 이런 경우가 상당히 많다.
“좁은 동네에서 복잡한 ‘엄마정치’에 연루되지 않으려면 말조심이 필수죠. 특히 요즘은 카톡방에서 말실수 했다가 찍히는 경우도 많아요. 저도 최근 우리 반 엄마 한 분이 3학년 담임이라는 얘기를 듣고 식겁했어요. 학교나 선생님 흉본 적이 없는데도 철렁 하더라고요.”
단체 대화방이 자기 개인 홈페이지인 줄 알고 사진으로 도배하는 엄마도 진상으로 꼽힌다. 청와대 놀러 갔다 찍은 사진에 ‘우리 딸이 대통령 되고 싶다네요. 다녀온 보람이… ㅋㅋ’ 써놓은 걸 보고 ‘최고야’ 아이콘을 눌러야 했을 때, 한 엄마는 짜증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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