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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美 의회조사국이 말해준 '사드의 진실'

입력
2015.04.1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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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민주노총, 전쟁반대평화실현공동행동 등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반대와 한미일 삼각 MD구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방부 입구로 향해 메시지가 담긴 스티커를 붙이려 하자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민주노총, 전쟁반대평화실현공동행동 등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반대와 한미일 삼각 MD구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방부 입구로 향해 메시지가 담긴 스티커를 붙이려 하자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의 올해 예산 규모는 4조달러(약 4,380조원)에 육박합니다. 우리나라 GDP의 거의 3배에 달하는 거지요. 그런데 이 예산은 전적으로 의회, 특히 연방하원에서 편성합니다.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편성하면 국회가 심의하는 방식으로 일부 조정이 이뤄지는 한국과 전혀 다릅니다.

따라서 미 연방의원의 예산 편성이나 정책 결정을 지원하는 의회조사국(CRS)의 파워는 막강합니다. CRS는 미국 의회 4대 입법보조기관(의회조사국ㆍ의회예산처ㆍ회계감사원ㆍ기술평가원) 중 대표 주자로 법제ㆍ경제ㆍ사회복지ㆍ외교국방 등의 분야에서 분석 업무나 참고 자료를 만들어 의회에 제공합니다. 변호사 생물학자 경제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 800여명이 ‘CRS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그 영향력만큼이나 주요 현안에 대해 객관적이면서도 심도 있는 분석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 CRS가 최근 한국 외교의 뜨거운 현안으로 부상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에 대한 분석 자료를 내놨습니다. CRS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의 탄도 미사일 방어: 협력과 반대’(Ballistic Missile Defense in the Asia-Pacific Region: Cooperation and Opposition)이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 능력과 사드의 성능에 대한 객관적이면서도, 그 동안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제일 주목되는 건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한 부분입니다. 최근 미 국방부와 록히드마틴 같은 군수업체는 사드 배치의 시급성을 강조하려는 듯 ‘북한이 핵 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거나 ‘한국에 사드와 관련된 자료를 전달했다’는 입장을 잇따라 내비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CRS 보고서는 “미국 정보당국의 주류적 견해는 북한은 아직 탄두 소형화 단계까지 진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고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하고 있으나 발사 시험의 부족 등을 감안하면 위협적인 성능을 발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드의 성능에 대해서도, CRS는 사실상 미국 행정부와 중국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미국 국방부 설명대로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가 중국의 미사일 전력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중국의 주장대로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의 대미 핵 보복 능력이 크게 약화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CRS에 따르면 우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는 중국과 러시아 같은 핵 강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랍니다. 핵 강대국을 자극하는 MD는 불필요한 군비경쟁만 촉발하기 때문에 미국 MD의 목표는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깡패 국가’라는 게 CRS의 설명입니다. 또 주한 미군이 사드에 사용하는 X밴드 레이더를 이용해 중국 주장대로 대륙 내부까지 깊숙이 들여다보려고 할 경우에는 가까운 북한의 미사일 움직임은 잡아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CRS는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는 만큼, 주한 미군이 레이더를 그런 방식으로 운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동시에 CRS는 중국의 우려도 일부 일리는 있다는 태도입니다. 핵 강국은 유사시 핵 탄두에 대한 적국의 요격을 방해하기 위해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Decoy)를 함께 섞어 발사하는 데, X밴드 레이더는 중량이 가짜 탄두보다 훨씬 무거운 진짜 탄두를 정확히 구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미국에 비해 핵 전력이 약한 중국의 경우 X밴드 레이더가 설치되면 그나마 유지됐던 핵 보복 능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CRS에 따르면 이 때문에 미국 내부에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위해 중국의 대미 핵 보복 능력을 보장해주자는 의견이 나온다는 군요. 사드 때문에 약화된 핵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국이 핵 전략을 공격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지요. 실제로 미국의 핵 전문가인 그레고리 쿨라치는 지난 3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과거 중국의 핵 정책은 적국(敵國)의 핵탄두가 중국 영토에 떨어진 뒤 보복에 나서는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적국의 핵 탄두 발사가 확인되면 바로 보복에 나서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습니다.

CRS 보고서는 핵을 보유하지 않은 우리에게 급변하는 동북아의 핵 전력 판도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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