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강연
“한국 기독교는 화해의 종교라기보다는 증오의 종교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한국 교회의 현실을 강하게 질타했다. 9일 서울 마포구 아현감리교회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를 주제 마련한 2015 에큐메니칼 정책협의회에서다. 이날 주제강연에 나선 김 교수는 “한국 개신교 선교가 100년이 넘도록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우리 신학자가 없다”며 “한국 교회가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것, 신학이 없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인구의 4분의 1이 개신교와 가톨릭 신자이며, 선교로 본다면 기적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 나라에서 세계 보편적 문제를 해결하는 담론으로서의 신학 사상이 없다는 것은 대단한 연구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처음 기독교는 조선말 압제를 받던 약자들에게 큰 해방이자 충격파였지만 3ㆍ1운동 정도에 정점에 올랐다가 일제 말기부터 변질되는 과정 보인다”며 “교회가 미국추종주의, 권력과의 유착, 극도의 반공주의 안에서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또 “6ㆍ25전쟁 이후 무주공산의 시민사회 공간을 차지한 교회는 스스로 특혜 속에 성장해왔다는 것을 인식하고 서구추종주의, 극도의 반공주의, 성장주의, 물량주의를 탈피해야 한다”며 ▦내면성의 추구 ▦사회적 영성의 회복 ▦세습집단으로서 욕망과의 결별 등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오갑 그리스도대 교수는 “무섭고 가슴 아픈 지적”이라며 큰 공감을 표했다. 이어 “조선에 들어온 선교사들이 주로 개인 영적이고 저 세상적 구원에 치우쳤던 까닭에 민권보다 애국운동을 선전하고 복종을 가르쳐왔던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이후에도 이어져온 이런 경향으로 교회가 가난하고 소외된 약자들을 대변하는 것은 언감생심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보수적 교회들 외에는 교회로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배타주의가 한국교회를 지배하고 있고, 안과 밖을 나누고 밖에 대해서는 미움과 적대감을 고무하는 한편 안에서는 단합을 도모해왔다”며 “이는 역사적으로 주로 파시즘 사회가 보여왔던 특징과 행태”라고 꼬집었다. 또 “한국교회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사실은 자기를, 권력을, 돈을, 건물을, 사람 수를 믿고 있는 것은 아니냐”며 “신학의 빈곤에 눈을 떠서 신앙을 재점검하고 인류사회에 참된 자유, 사랑, 생명, 정의, 평화를 이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