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개선 의지 없는 사회는 위험"

공공성 키워드로 엄중한 경고

원인 규명·재발 방지책 모색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 장덕진 외 지음·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기획 한울 발행·264쪽·2만2,000원

트라우마를 어떻게 하나?

시인·정신과 의사의 대담

"치유의 핵심은 진상규명"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정혜신·진은영 지음 창비 발행·296쪽·1만3,800원

“세월호는 결코 체제의 이물질이 아니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말처럼 세월호 참사는 과거에서 비롯돼 현재에서 터졌으며 미래를 암시하는 총체적 사건이다.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사회학·정신의학 분야에서 세월호를 다룬 책들이 각각 나왔다. 1년도 채 안돼 도망치듯 일상에 복귀한 우리 사회를 향해 이 책들이 던지는 경고는 엄중하고 서늘하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는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모색하기 위한 핵심단어로 ‘공공성’을 내세운다. 얼핏 단순하고 당연해 보이지만 장덕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소장 외 7명의 저자는 ‘공공성’이라는 키워드에서부터 풍성하게 가지를 뻗어 나간다.

우리사회에서 공공성이란 단어는 정치적 의미로는 공공복리를, 민간에서는 시민정신 준수를 단편적으로 지칭하는 경우가 많지만, 책에서는 공공성을 공익성과 공정성, 공민성과 공개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공익성이 공동의 이익에 대한 국가의 투자를, 공정성이 자원 배분의 형평성을, 공민성이 시민의 사회 참여 정도를, 공개성이 정책 실현 과정의 투명성을 의미한다면, 세월호 참사는 말할 것도 없이 모든 항목에서 처참하게 낙제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신자유주의가 양산한 이기적 개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무조건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사회에서 공공성이 피어날 수는 없다. 공공성이란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야만 만들어지는 공공재의 성격을 강하게 띠기 때문이다. 내가 남을 배려하지 않듯이 남도 나를 배려하지 않는다. 그러면 공공성은 존재할 수 없다. 아무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에서 배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선장이 제일 먼저 탈출하는 것은 어쩌면 예정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인용한 OECD 국가들의 공공성 수준 조사에서 한국은 30개 국가 중 30위였다. 국가의 몫인 공익성과 공정성뿐 아니라 시민의 영역인 공민성과 공개성에서도 최하위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사회 불평등 해소에 관심이 없으며 한국 국민은 그것을 바꾸려고 들지 않는다. ‘시민의 개선 의지가 없는 자유주의 사회’가 기대할 수 있는 미래는 극도의 위험 사회다.

공공성 상위에 속한 국가들은 10만명 당 산재사고사망률이 1.8명인데 반해 하위권 국가들의 사망률은 9.23명이다. 재정위기, 자연재해, 기후 변화 등에 어느 정도로 대비하고 있는지를 조사한 연구에서도 공공성이 낮으면 위험관리 역량도 낮은 것으로 입증됐다. 제2의 세월호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모호한 예고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경고다. 공적 교육 지출이나 소득 재분배, 임금 격차 등은 정치적 안건이 아니라 개인의 목숨과 직결된 사안인 것이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는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트라우마에 대한 시인과 정신과의사의 대담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혜신씨는 2008년부터 고문피해자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를 대상으로 집단 상담을 계속해왔고, 진은영 시인은 용산 참사, 4대강, 한진중공업 현장 등을 찾으며 문학의 사회적 실천에 목소리를 높여 왔다.

참사가 터지자마자 진도로 내려가 정신상담을 시작한 정씨에 따르면 유가족들이 겪는 트라우마의 핵심은 삶의 시계 바늘이 2014년 4월 16일에 정지된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아이의 마지막 순간입니다. 그게 떠오르면 미치다시피 해요. (…) 그보다 더 생생한 순간은 이전에도 없고 이후에도 없어요.”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이들은 어김 없이 자신을 탓한다. 전문 용어로 ‘생존자 죄책감’이다. 세월호 생존자 중 단원고 학생 여러 명을 구한 한 화물차 기사는 진도체육관에 갔다가 부모들이 탄 버스가 오는 것을 보고 혼비백산해서 도망간 기억을 털어놨다. 구해달라고 애원하는 아이들을 두고 나온 자신이 살인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더 비참한 것은 화물차 기사의 딸에게까지 죄책감이 옮아간 것이다. 고등학생 딸은 자신이 단원고 아이들과 같은 나이라 아버지의 고통이 더 커졌다며 자신의 연령대를 탓했다.

이 트라우마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씨는 치유의 핵심이 진상규명이라고 말한다. 진상규명이 정치적 발언이 돼버린 상황에서 정신과 의사의 해석은 오히려 참신하게 들린다. “많은 질병이 내면의 심리적인 문제 때문에 생기는 병들이에요. 그런데 유일하게 내인성이 아닌 외인성 질환이 있어요. 그게 바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즉 트라우마예요.” 외부에서 온 그 트라우마의 요인에 대해 명명백백한 정리가 없이는 치유 자체가 불가능하다.

진은영 시인은 사회적 상처를 개인의 상처로 환원하려는 정신분석학적 시도가 사실은 “수입산”이라며 미국 기업들이 회사 내에 상담실을 두고 이런 식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노조가 약화되고 대신 상담 문화가 정착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그대로 가져와 어린 시절의 경험을 들추며 현재의 상처를 치료하려고 드니 치유가 진전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정치·사회적 구조에는 물샐 틈이 없다.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우리가 접하는 뉴스는 정부가 배상금 지급을 조건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포기각서를 유족들에게 요구했다는 내용들뿐이다.

트라우마가 치유되지 않은 사회는 냉혈한들의 세상이다. 정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노란 리본을 달지 않고 참사 후 얼마 되지 않아 화사한 옷을 입은 것이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행동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 자신이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트라우마에 공감하고 울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상처는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전염병처럼 번진다. 그리고 그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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