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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種 여러분, 사회생물학에 열받지 마시라

입력
2015.04.0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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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지음 사이언스북스ㆍ384쪽ㆍ2만원
이병훈 지음 사이언스북스ㆍ384쪽ㆍ2만원

진화생물학자 이병훈 교수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 국내에 처음 소개했을때

"인간 주체성 부정" "학문 제국주의" 종교계·학자들 비판 쇄도

"사회생물학은 인간 본성 밝혀 바람직한 문화 만들어 가자는 것"

이병훈 교수가 전북 고창군 선운사 부근에서 채집한 납작그물톡토기는 그물톡토기아과(亞科)의 기준 표본이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이병훈 교수가 전북 고창군 선운사 부근에서 채집한 납작그물톡토기는 그물톡토기아과(亞科)의 기준 표본이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이병훈(79) 전북대 명예교수가 두 번째 회고록을 펴냈다. 이 교수는 국립 자연사박물관 설립 운동을 펼친 인물로, 그의 첫 번째 회고록 ‘한국의 생물다양성과 국립자연박물관 추진의 현대사’(다른세상)에서 그 내용을 다뤘다. 이번에 내놓은 ‘유전자 전쟁의 현대사 산책’은 세계적 계통분류학자이자 진화론 연구자인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민음사)을 번역해 한국에 처음 소개한 그의 학술적 성과를 회고하는 내용이다.

이병훈 교수는 원시곤충 톡토기 신종 100종을 학계에 보고하며 참굴톡토기과(科)와 그물톡토기아과(亞科)를 새롭게 만든 ‘톡토기 전문가’다. 왜 톡토기일까. 시작은 우연이었다.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인 김창환 교수가 ‘땅 속 동물을 연구해보라’해서 선택한 종이었다. 몸길이가 1~5㎜에 불과해 “처음에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았던” 톡토기가 생물다양성의 보고임을 이내 깨달았다. 지금까지 전 세계 1,500여종이 발견됐는데 “하루하루 새로운 종과 새로운 유형을 발견해나가는 것이 즐거웠다”고 이 교수는 회고했다.

이 교수는 계통분류학에서 진화생물학으로 관심을 확장했다. 그가 계통분류학을 진화생물학의 기초라 말하는 이유는 계통분류가 결국 생물이 진화해 온 궤적을 이해하는 지도가 되기 때문이다.

사회생물학 논쟁에 대한 회고는 비전공자에게도 흥미롭다. 사회생물학이란 진화생물학을 토대로 인류의 생태를 설명하고자 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유전자를 보존하려는 목적을 위해 이뤄진다는 것이 기본 가정이다. 윌슨은 이를 “개체는 유전자의 탈것(운반수단)”이라는 간단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이 교수는 ‘사회심리학’ 번역 2년 후 관련 내용을 다시 정리한 ‘유전자들의 전쟁’을 펴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함께 사회생물학의 첨단 논의를 한국에 들여온 첫 발이었다.

이병훈 전북대 명예교수
이병훈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에 사회생물학이 소개되자 즉각 인간의 주체성을 부정한다는 비판이 돌아왔다. 진화론에 비판적이던 종교계는 물론 대중도 큰 충격을 받았다. 이 교수에게 편지를 보낸 한 대학생은 “글을 읽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는 느낌이었다”고 적었다. 인문사회학자들은 사회생물학을 환원주의(복잡한 현상을 단순한 개념으로 설명하려는 흐름)라고 비판했다. 생물학이 사회학과 심리학을 종속시키려 한다는 ‘학문 제국주의’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이 교수는 윌슨을 인용해 “사회생물학 연구의 목적은 인간 본성을 객관적으로 밝혀내고 이를 토대로 더 바람직한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진화생물학의 당면 과제로 ‘집단 선택’과 ‘인공 선택’ 문제를 꼽았다. 인공 선택이란 유전공학의 발전에 따라 인류가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수정해 나가는 것으로 이 교수는 “인간 윤리와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에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협력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교수는 과학의 입장에서 종교를 비판하는 적극적 불가지론(인간은 신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주장)자다. 하지만 진화생물학을 연구하며 더 많은 연구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은 확고하다.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각자의 연구 성과를 축적하다 보면 언젠가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 교수는 세 번째 회고록에서 “인간이란 무엇이고, 진화란 무엇인지 내 나름대로의 답을 쓸 것”이라고 예고했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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