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버스커버스커 ‘벚꽃엔딩’)
돌아온 벚꽃축제의 계절. 그러나 요즘 대학생들에게 꽃놀이란 사치에 가깝다. 학점관리와 취업준비에 눈코 뜰 새 없고, 설사 시간이 나더라도 같이 갈 사람을 찾기 어렵다. 이들을 위해 같은 대학생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30일 전국 대학생 1,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동아리 연합회 ‘아웃테이블’과 소셜데이트서비스 ‘러브블라썸’은 4일 오후 3시 과천경마공원(렛츠런파크) 내 분수공원에서 ‘벚꽃Anding’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20대 청년이면 누구나 참가해 야외활동을 하며 벚꽃을 즐기는 자리다.
이들이 행사를 열게 된 것은 취업문을 넘기 위해 안간힘 쓰는 대학생들의 팍팍한 현실 때문이었다. 지난해 4월 아웃테이블이 수도권 지역 대학생 70여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벚꽃놀이에 갈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대학생들(53%)이 “학점이나 스펙 관리가 더 중요하고, 같이 보러 갈 사람도 없다”고 답했다. “가겠다”고 답한 비율은 22%에 그쳤다. 아웃테이블 회장 강한석(27)씨는 “취업난이 심화된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스펙 쌓기에 지친 청춘들이 하루만이라도 기운을 북돋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는 온라인(http://goo.gl/IxSLkq)에서 사전 신청한 대학생 남녀가 현장 만남을 통해 1일 커플로 맺어지고, 공원을 거닐며 간단한 미니게임과 이벤트에 참여하는 식이다.
꽃놀이는 단순히 즐기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모인 참가비(남성 1만5,000원ㆍ여성 1만원)에서 운영비를 제외한 수익금 전액을 시민단체인 환경운동연합에 기부하기 때문이다. 환경보호로 벚꽃의 아름다움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는 점에서 행사 이름도 ‘Anding’이다. 러브블라썸의 김대연(28)씨는 “벚꽃은 일본의 국화로 알려져 있지만, 일부 품종은 제주도에서 자생한 국가지정문화재”라며 “최근 들어 개발로 신음 중인 제주도의 환경 보전에도 수익금이 쓰이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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