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먼윙스 여객기 사고 당시 조종사가 여러 차례 조종실 문을 두들겼지만 안에 혼자 있던 부조종사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것으로 26일 확인되면서 당시 조종실 상황을 밝히는 것이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날 저먼윙스 사고 여객기 조사당국이 의도적 추락의 장본인으로 지목한 부조종사가 비행 경력 630시간의 독일인 안드레아스 루비츠(28)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또 독일 서부 라인란트팔츠주의 몬타바우어 지역 출신인 루비츠는 이미 10대 때부터 인근 ‘LSC 베스터발트 에어 클럽’(글라이더 클럽) 회원으로 가입해 수년간 활동하며 비행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지역 대회에도 자주 참여하는 등 비행에 큰 열정을 보였다.
그와 함께 글라이더 클럽 활동을 해온 동료 회원 페터 뤼커는 “루비츠는 저먼윙스에 입사한 것을 만족해 하며 잘 지내왔다”며 “조용한 편이지만 사교적인 젊은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지인들도 지난해 가을 루비츠가 글라이더 자격증을 갱신했을 당시로는 별다른 우울증 낌새를 못 느꼈다고 말했다.
프랑스 검찰은 이날 이 부조종사가 테러리스트로 분류되거나 이번 사고가 테러와 연계됐다고 의심할만한 증거는 없다고 밝혀 이번 참사는 부조종사의 단순한 자해 의도와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어 토마스 드메지에르 독일 내무부 장관도 “현재까지 입수한 정보로는 프랑스 당국이 의도적으로 여객기를 추락시킨 부조종사가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 부조종사뿐 아니라 조종사와 승무원 4명, 그리고 모든 승객들에 대해 정보당국 자료 등을 살펴 확인한 결과 테러 의심 여력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일럿이 여객기 기수를 올리거나 비상착륙을 시도하는 등 적절한 대응에도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여객기 추락 당시 의식불명이나 사망한 상태였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앞서 항공기 위치분석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 24에 따르면 기존 항로를 이탈한 여객기는 알프스 산맥을 향해 약 8분 간 추락하면서도 하강 항로를 일관되게 유지했으며 조난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조사활동에 참여하는 프랑스 고위 관계자도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파일럿이 화창한 날씨에 보통 속도로 장시간 하강하면서 관제소와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은 점은 이상하다”면서 “조종실 기압 하락 등 기체 문제로 조종사들이 산소 부족에 시달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05년 8월 121명이 사망한 그리스 헬리오스 항공기 추락 사고는 기내 기압장치 고장으로 산소 마스크가 작동하지 않아 파일럿들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게 원인이 됐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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