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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축구의 반란' 부탄 뒤엔 한국인 감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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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축구의 반란' 부탄 뒤엔 한국인 감독이 있었다

입력
2015.03.1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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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차 예선 진출 기적… 2년간 지휘봉 유기흥 前 감독

"족발 해먹인 제자들이… 감개무량"

‘축구 세계 꼴찌’부탄의 기적 같은 월드컵 2차 예선 진출에 한국인 한 명이 덩달아 신이 났다. 주인공은 유기흥(68) 전 부탄 대표팀 감독.

유 전 감독은 18일 국내언론과 통화에서 “꼴찌 팀인데다 제가 가르친 팀이 이겼다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가르친 제자들이 전부 다 성장했고 당시 코치이던 초키 니마가 지금은 부탄 감독이 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9위인 부탄 대표팀은 이날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1차 예선 2차전 홈경기에서 스리랑카(랭킹 174위)를 2-1로 꺾으며, 합계 3-1로 스리랑카를 따돌리고 2차 예선에 올랐다. 부탄 축구의 기초를 닦는 데 헌신했던 유 전 감독으로서는 더 없는 낭보인 셈이다.

유 전 감독이 부탄 축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7년부터다. 후배인 고(故) 강병찬 감독이 부탄 대표팀을 먼저 맡다가 암 투병으로 사망하자 그의 임기를 채우기 위해 약 석 달간 부탄 대표팀을 맡은 게 계기가 됐다. 이후 2년간 정식으로 지휘봉을 잡고 부탄 성인 축구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을 지도했다.

축구 불모지나 다름 없는 부탄에서 대표팀을 맡은 유 전 감독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는 “처음에 가보니 축구 수준이 너무 뒤떨어져 있어서 하루라도 빨리 가서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청소년부터 다시 뽑아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쳤다”고 회고했다. 생계도 어렵고, 잘 먹지 못해 늘 굶주린 선수들을 이끌어야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 전 감독 역시 부탄축구협회로부터 제대로 된 임금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유 전 감독은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태릉선수촌처럼 선수들을 모아놓고 먹여주고 재워주며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시키기 위해 족발, 닭볶음탕을 직접 해 먹이는 것은 예삿일. 유 전 감독은 “밥을 잘 챙겨주니 선수들을 좋아하더라”라고 웃었다.

유 전 감독은 “1차전에서 이겼다는 얘기를 듣고 감독에게 전화했는데 통화가 되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부탄에서 초청해주면 한번 가고 싶다”며 “정말 힘들었지만 아름다운 기억”이라고 돌아봤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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