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영 비온뒤무지개재단 이사장

성소수자 자녀 둔 어머니로서 법무부 상대로 행정 심판 제기

이신영 이사장은 "성적소수자 부모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국사회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개인적 불행이라고 생각하고 가족끼리 힘을 합쳐 잘 살아보자 했죠. 하지만 우리 아이가 나아지는 데서 끝낼 문제는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창립한 국내 처음이자 유일한 성적소수자를 위한 단체인 비온뒤무지개재단을 이끌고 있는 이신영(54) 이사장이 목소리를 높이게 된 이유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트랜스젠더라는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의 아이가 성적소수자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너무 놀라 무조건 정신과를 찾아갔는데 성별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가족들은 아이를 바꾸기를 원했던 것이 아니라 그냥 명확하게 상태를 알고 싶었을 뿐인데, 당시 병원과 상담자들은 “너는 트랜스젠더가 아니다. 될 이유가 없다”며 계속 아이를 바꾸려고 시도했고 아이는 더 큰 상처를 받게 됐다. 트랜스젠더는 원해서 되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님에도 성적소수자 감수성이 없는 상담자들은 아이를 변화시키려고만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하필이면 왜 내 아이가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지 분노와 슬픔이 있었습니다. 학교, 직장, 사회생활 모두 아이에겐 장애물투성이였죠. 나중에는 성적소수자를 차별하고 억압하지 않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아도 될 텐 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은 이달 초 사단법인 설립신청을 허가해달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신청서를 법무부에 냈지만 3개월째 명확한 이유 없이 허가절차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온뒤무지개재단의 법인신청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다. 지난해 1월 트랜스젠더 본인과 가족, 일반인 회원 등 340명이 모여 창립총회를 연 후 서울시에 법인 등록 문의를 했다. 하지만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사안이라 등록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3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가 법인등록 관련 서류를 접수했는데 어차피 상임위원회에서 통과가 안될 거라며 신청을 만류해 서류조차 접수하지 못했다. 10월에 서울시 행정과에 정식으로 서류를 제출했지만 여성정책과에 넘겼고, 여성정책과는 또 인권과로 이관했다. 문제는 인권과는 사단법인을 허가할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없었고 여기선 다시 국가인권위원회에 신청하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성적소수자들은 주변에 있어도 없는 사람 취급합니다. 하지만 사단법인이 되면 임의단체가 아니라 정부가 성적소수자 단체를 인정하고 허가한다는 명분을 얻게 됩니다. 또 공신력 있고 투명한 재단임을 알릴 수 있게 되고, 활동의 폭을 더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이사장은 재단을 통해 상담이나 의료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족과 아이들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그는“트랜스젠더 가족들은 어디 가서 속 시원히 얘기할 곳이 한군데도 없다. 하지만 재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정부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성적소수자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바꿔나가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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