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거실 벽에 걸린 휘호 '神怡心靜' 5ㆍ16 앞서 마음 다잡은 흔적일까
알림

거실 벽에 걸린 휘호 '神怡心靜' 5ㆍ16 앞서 마음 다잡은 흔적일까

입력
2015.03.16 18:41
0 0

소박했던 육 여사 성품 곳곳에

17일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서울 중구 신당동의 박정희 대통령 가옥의 거실 모습. 5ㆍ16군사정변 1개월 뒤인 1961년 7월 육영수 여사가 스테픈 아일스 미국 육군 차관 부인을 접견할 당시 촬영된 사진을 바탕으로 복원됐다. 신상순선임기자 ssshin@hk.co.kr
17일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서울 중구 신당동의 박정희 대통령 가옥의 거실 모습. 5ㆍ16군사정변 1개월 뒤인 1961년 7월 육영수 여사가 스테픈 아일스 미국 육군 차관 부인을 접견할 당시 촬영된 사진을 바탕으로 복원됐다. 신상순선임기자 ssshin@hk.co.kr

서울시 중구 신당동 62-43번지. 아파트와 현대식 상가 건물이 늘어선 완만한 오르막 골목 끝에 시간이 멈춘 듯 자주색 기와를 얹은 오래된 주택 한 채가 자리하고 있다. 짙은 청록색 대문 옆 문패에는 한자로 ‘朴正熙’라는 집 주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그 밑 ‘등록문화재 제412호 신당동 박정희 대통령 가옥’이라는 안내판이 이곳이 한국 현대정치사의 주요 전환점인 5ㆍ16 군사정변이 계획된 곳임을 알려주고 있다.

신당동 가옥은 박 전 대통령이 육군 준장이었던 1958년부터 5ㆍ16 군사정변을 일으킨 1961년까지 육영수 여사를 비롯해 근혜, 근령, 지만 3남매와 육 여사의 어머니인 이경령 여사가 함께 살았던 집이다.

그 동안 굳게 닫혀있던 박 전 대통령 신당동 가옥이 4년여의 복원 작업을 마치고 17일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대지 341㎡에 건물 128㎡ 규모의 신당동 가옥은 재단법인 육영수기념사업회 소유로 지난해 시가 시민 개방을 전제로 관리권을 위임 받았다. 일반인 개방에 앞서 서울시는 16일 오후 박 전 대통령의 신당동 가옥을 언론에 공개했다.

묵직한 철문을 밀고 박 전 대통령 가옥으로 들어 서자 자그마한 마당 한 쪽에 담장 밖으로 고개를 반쯤 내민 채 멋들어지게 자란 향나무와 꽃망울이 가득 맺힌 목련나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향나무는 박 전 대통령이, 목련나무는 육영수 여사가 직접 심었다고 한다. 특히 목련나무는 육 여사가 애지중지했던 나무 가운데 하나란다. 담장을 따라 길게 ‘ㄱ’자로 만들어진 화단에는 생전 육 여사가 좋아했다는 꽃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현관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서자 거실 벽면에 ‘정신이 온화해지면 마음 또한 고요해진다’는 뜻의 ‘신이심정(神怡心靜)’이라는 휘호 한 점이 걸려있다. 거실 가운데는 흰색 천으로 덮여있는 의자가 테이블을 둘러 놓여있고 작은 화분 하나가 올려져 있다. 평소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성격이었다는 육 여사의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 했다. 거실은 1961년 7월 육영수 여사가 스테픈 아일스 미육군 차관 부인 접견 당시 촬영된 사진을 바탕으로 미술작품과 시계, 선풍기까지 그대로 복원됐다.

안방에는 재봉틀과 화장대, 앉은뱅이 책상 등이 전시돼 있지만 당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박근령씨 등 유족과 친척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동시대 물품을 가져다 놓았다. 안방과 미닫이 문으로 바로 연결된 작은방에는 1961년 당시 장충국민학교 3학년이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1학년인 여동생 근령씨가 지냈다. 박지만씨는 신당동 가옥 이사 7개월 후 태어났다. 자녀 방에는 세 자녀의 사진과 당시 근혜ㆍ근령 자매가 초등학생이었음을 고려해 1961년 교과서와 문구도 배치했다.

거실을 가로질러 건물 우측으로 돌아서면 자그마한 방이 하나 나오는데 이 곳이 박 전 대통령의 서재다. 박 전 대통령의 짧은 거주 기간에도 불구하고 이 집이 서울시 등록문화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의 주택 보급을 위해 지은 ‘문화 주택’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물이기도 하지만 바로 이 서재에서 박 전 대통령이 동조자들과 5ㆍ16군사정변을 계획한 한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복원된 서재에는 5ㆍ16 군사정변을 계획할 당시를 알 수 있는 자료는 남아있지 않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입고 있었던 것과 유사한 소장 계급장을 단 군복 한 벌과 이낙선이 저술한 ‘박정희 장군론’ 등 책 몇 권만이 남아 있다.

박 전 대통령 사당동 가옥 관람은 홈페이지(http://yeyak.seoul.go.kr)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서울시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의 초대 내각을 구성한 사적 497호 ‘이화장’과 2대 대통령이 살았던 사적 438호 ‘윤보선 가옥’도 복원을 마치는 대로 개방할 계획이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