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개월 만에 네덜란드로 입양… 해외 입양아 트라우마 논문 주제로
“운 좋게 엄마를 찾으면 내 딸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나를 포기했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 주고 싶네요.”
생후 3개월 만에 자신을 버린 생모를 만나겠다는 생각으로 5년 전 한국을 찾아온 소냐 판덴베르흐(36)씨는 16일 그동안의 소회를 이렇게 털어 놓았다.
판덴베르흐씨는 1979년 2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조산소에서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한국사회봉사회(KSS)를 통해 네덜란드로 입양됐다. 당시 입양조서에 ‘김은영’이라고 아기의 한국 이름을 적어 넣은 친어머니(당시 21세)는 조산소에 “좋은 가정의 양녀로 보내 달라”는 말만 남긴 채 떠나 버렸다.
생모의 바람과 달리 머나먼 네덜란드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그는 “다른 해외 입양아들처럼 친부모가 날 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힘들었다”며 “성장기에는 내 정체성에 대해서도 혼란스러웠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그는 양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꿋꿋이 혼자 힘으로 생활비를 벌면서 대학에 진학해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그러던 그가 친어머니를 직접 찾아보리라고 결심한 것은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장학금 지원 대상에 선정되면서부터다. 그는 2010년 이화여대 여성학과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친어머니를 찾아 이곳저곳 수소문했다. 가까스로 친어머니의 분만을 도운 조산사를 알아냈지만 이미 세상을 뜬 뒤였다. 입양기관에서는 사생활 보호를 명목으로 출생기록 정도만 확인해 줄 뿐이었다.
올해 박사 과정 막바지인 판덴베르흐씨는 논문 주제를 한국인 해외 입양아들이 겪는 트라우마로 잡았다. 그는 입양아와 생모의 사연을 묶어 이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트라우마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함께 두 살배기 딸을 키우면서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친어머니도 미혼모 혼자 아기를 키우며 생활하기 힘들어 자신을 버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됐다고 한다. 그는 생모를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는 “엄마와 만나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분인지 직접 듣고 싶고 나에 대해서도 말해 주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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