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자살징후 알리미' 도입도 "전형적인 탁상행정" 비난 봇물
정부가 13일 자녀 스마트폰에서 자살 징후가 발견되면 부모에게 알리고, 투신을 막기 위해 아파트 옥상 문을 잠그겠다는 학생자살 예방책을 내놓자 상황 판단을 잘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자살예방 조치로 실효성도 떨어지고 근시안적인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날 서울청사에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제2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학생자살 예방대책’을 확정ㆍ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학생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살 징후가 발견되면 부모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도입하고, 아파트 등 공동주택 옥상에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또 학생자살 징후를 학년 초 조기 발견하기 위해 학생정서ㆍ행동특성검사를 예년의 5월보다 1개월 앞당긴 4월에 실시키로 했다. 이와 함께 ▦교장 대상 자살예방관리교육 실시 ▦과학적 자살예방대책 수립을 위한 학생 자살자 심리부검 시행 ▦학기초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교육 집중 실시 ▦생명존중 캠페인 실시 등의 대책도 포함했다. 정부는 ‘범정부적 학생자살 예방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데 부처간 협력하고, 이를 통해 올해 학생 자살자 수를 두 자리 수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다.
교육계는 학생 자살에 대해 국가차원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예방대책이 필요하다는 접근에 대해선 높게 평가한다. 황 부총리 또한 여당 원내대표 시절부터 줄곧 학생 자살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해왔다. 그러나 황 부총리가 “학생들이 자신의 생명을 저버리는 비극적 사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내놓은 대책치고는 너무나 안일하고 한심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SNS 자살 징후 부모 알리미 서비스나 자살관련 유해 애플리케이션 및 사이트 차단 소프트웨어 보급 등은 실효성이 의문이다. 자살 고위험 학생들이 앱을 깔지 않으면 그만이고 강제할 경우는 인권 침해 논란이 일 수 있다. 투신을 막기 위해 옥상에 자동 개ㆍ폐장치 설치 기준을 마련해 평상시 출입을 통제하겠다는 것도 옥상 외 다른 선택지가 충분한 상황에서 대책으로서 의미가 없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에서 “앱을 통한 스마트폰 실시간 감시 자체는 학생의 인권과 사생활 침해이며, 옥상 출입 통제는 과거 효과가 없었던 반만 열리는 창문 설치와 다르지 않다”며 “정부의 이번 대책은 졸속 전시행정의 또 하나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청소년의 자살 요인은 개인, 가족, 학교 및 또래환경 특성까지 매우 다양하다”며 “이런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정부의 이번 대책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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