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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단상] 이장욱 ‘밤의 상점’ 일부 -

입력
2015.03.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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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은 외로움을 위해 팔고

귀는 죄책감을 위해 팔았다

코는 실망하지 않기 위해 팔았으며

흰 치아는 한 개에 한 번씩

혐오감을 위해 팔았다.

아무것도 후회할 수 없었다.

이제 불 꺼진 네온사인을 위해서는 무엇을 팔아야 하나.

손목을 팔고도 당신에게 편지를 쓸 수 있나

- 이장욱 ‘밤의 상점’ 일부 -

귀가 없구나 한심하게도. 손가락도 없구나 너는 내게 인간이 아니다. 남아 있는 치아로 연필을 물고 내게 편지를 써라. 후회든 실망이든 외로움이든, 알아볼 수 없는 글씨로 아무 말이든 써라.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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