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태어나자마자 혹독한 시련에 처했다. 졸속입법, 과잉입법 등 온갖 비난이 쏟아지고 대한변협은 국회 통과 이틀 만에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고 한국교총도 헌법소원제기 방침을 밝혔다. 마치 태어나서는 안 될 반사회적 악법이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든다는 본래의 입법 취지는 한참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2012년 8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의 제안 이후 갖은 우여곡절을 거쳐 2년 반 만에 가까스로 국회 관문을 통과한 법률이다. 어렵게 탄생한 법률을 시행도 되기 전에 근간을 흔드는 것은 갓 피어난 새싹을 난폭하게 짓밟는 거나 다를 바 없다. 입법의 산실인 국회 법사위의 위원장이 “여론의 압박 때문에 결함투성이 법을 서둘러 졸속입법 한 데 대해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고 토로한 것은 무책임하다. 여야 지도부가 지난했던 입법 과정은 외면한 채 앞다퉈 유감을 표명하고 수정ㆍ보완을 서두르겠다고 하는 것도 또 다른 포퓰리즘으로 비친다.
물론 우리도 이미 지적했던 대로 이 법률에는 허점이 많다. 공직자가 자신의 가족 등과 이해관계 있는 직무를 관장하지 못하게 하는‘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빠졌다. 적용 대상을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에까지 확장한 것은 언론탄압 악용 등의 소지를 남겼다. 이런 문제점들은 법 공포 후 시행까지 1년6개월의 경과기간에 차분하게 수정, 보완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본래 취지보다는 부정적 측면을 너무 강조하다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벤츠 여검사’‘그랜저 검사’등이 대가성ㆍ직무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아 처벌 받지 않고 풀려나 국민의 공분을 샀던 게 이 법률이 제안됐던 사회적 배경이다.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처벌해 공직사회 비리의 싹을 제거하자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었다. 이를 잊고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으로 미비점을 과도하게 부풀려 법의 근본 취지를 흐리는 일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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