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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감세', 투자·고용 대신 기업 곳간만 불렸다

입력
2015.02.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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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수 효과 기대한 이명박정부 법인세율 수차례 단계적 인하

전문가들 "법인세 인하 효과 과거에 비해 상당히 줄어"

“일각에서는 (세수 감소에 따른) 복지재정 감소를 우려하지만 감세를 하게 되면 내수와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 경제가 회복되는 선순환 구조가 살아난다.”(2008년 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위원이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투자와 고용 창출을 유발하는 이른바 ‘낙수 효과’(trickle down)로 이어질 것이란 강한 믿음이 깔린 발언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투자나 고용은 거의 늘지 않았고 막대한 규모의 기업 사내유보금만 축적됐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8년~2012년 경제지표가 드러낸 맨 얼굴이다. 법인세 인하가 낙수효과를 일으키기는커녕 세수 부족을 야기하고 기업들 배만 불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법인세율은 이명박 정부 내내 단계적으로 인하됐다. 정부는 2008년 2억원 이하 구간 법인세율을 2%포인트 인하(13%→11%)했고, 이듬해 2억원 초과구간 세율도 3%포인트(25%→22%) 낮췄다. 2010년에는 2억원 이하 구간 세율이 1%포인트 추가 인하(11%→10%)됐다. 2011년에는 2억~200억원 이하 과표 구간이 신설돼 이 구간 세율이 2%포인트 인하(22%→20%)됐고, 200억원 초과 구간 세율(22%)은 유지됐다. 다만 최고세율을 20%까지 내리겠다는 당초 계획은 세수 부족 사태와 부자감세 논란 끝에 무산됐다.

법인세율 인하 결과 기업들은 수십조원의 혜택을 누렸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의 ‘MB정부 감세정책에 따른 세수효과 및 귀착효과’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세법 개정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기업들이 절감한 법인세는 총 26조7,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같은 기간 비과세ㆍ감면 정비나 소득공제 개정에 따른 기업의 추가 부담은 분석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기재부는 비과세ㆍ감면 정비 등 효과까지 포함한 세법 개정 효과를 분석해 기업들이 같은 기간 총 14조5,000억원(대기업 1조8,000억원ㆍ중소기업 12조7,000억원)의 감세 혜택을 봤다고 추계했다.

그러나 정부 기대와 달리 돈은 좀처럼 시중에 풀리지 않았다. 기업의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 투자 규모를 보여주는 총고정자본형성(민간부문) 통계를 보면 투자 규모는 2009년~2012년 4년 간 23조1,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직전 4년(2005년~2008년)의 투자 증가 규모인 33조5,000억원보다 오히려 10조원 이상 적은 규모다. 고용 효과도 눈에 띄지 않는다. 고용률은 2009년(58.6%) 2010년(58.7%) 2011년(59.1%) 내내 제자리 걸음을 하다가 2012년(59.4%) 약간 올랐지만 여전히 2007년(59.8%), 2008년(59.5%) 보다 낮았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기업들이 적은 규모나마 투자를 할 때도 자본집약적 설비투자나 부동산 투자에 집중해 고용효과는 더 미약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기업 사내유보금(이익잉여금)의 전년 대비 증가액은 2009년 72조4,000억원에서 2010년 94조4,000억원, 2011년 165조3,000억원으로 3년 연속 큰 폭으로 늘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법인세 인하에 따른 세금 감면액이 투자나 고용으로 이어지는 대신 기업 곳간에 차곡차곡 쌓인 것이란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시기 기업 투자가 부진했던 근본 원인은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시의 투자 저하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거시경제 여건에 따른 결과로 이것이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투자 증대 효과를 상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영 한양대 교수도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 경쟁에 나섰던 당시 상황에서 한국이 법인세율을 내리지 않았다면 이보다 더 큰 투자 위축 효과가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법인세 인하에 투자ㆍ고용 증대 효과가 있다 해도 그 크기가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축소된 것은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이영 교수는 “과거의 물적 자본에 의한 집중적 성장 방식이 이제는 한계에 달한 상황으로 판단되며 그 결과로 법인세 감면에 따른 투자 증대 효과도 과거보다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 효과가 미약해진 만큼 세수 부족을 감수하면서까지 낮은 법인세율을 유지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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