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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공기관 10곳 중 8곳, 정부 평가 대비 돈·인력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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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공기관 10곳 중 8곳, 정부 평가 대비 돈·인력 펑펑

입력
2015.02.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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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곳 중 51곳은 전담 팀까지 둬, 평균 7명에 인건비만 年 4억 지출

방만경영 해소 위한 경영평가가 오히려 경영 비효율 부추기는 셈

공공기관 10곳 중 8곳 이상이 정부의 경영평가 대비용 전담조직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직원이 기관당 평균 7명으로 인건비만 연간 4억원 가까이 지출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인력과 돈, 시간을 펑펑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10일 한국일보가 경영평가 대상 117개 공공기관 중 규모가 작거나 인지도가 낮은 곳(강소형기관)을 제외한 62곳의 공기업과 준(準)정부기관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중 51개 기관이 경영평가 전담 팀을 두고 있었다. 답변을 거부한 한국관광공사를 제외하면 83.6%에 달한다. 나머지 10곳 중 5곳은 1~3월 보고서 작성에 맞춰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 한시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관련 팀이 없다’고 응답한 곳은 5곳에 불과했다. 한 금융공기업 기관장은 “경영평가에서 C등급 이상을 받지 못하면 모든 직원들이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방식이라 평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며 “연중 전담조직을 운영하지 않으면 체계적인 대응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담 조직 운영에 따른 부담은 상당하다. 적게는 2, 3명에서 많게는 20명 안팎까지 기관당 평균 6.6명이 평가준비 업무를 맡고 있었다. 이를 공공기관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에 공시된 자료를 바탕으로 공공기관의 1인당 평균 임금으로 산정(5,454만3,800원)하면 3억6,000만원 정도가 평가준비를 위한 인건비로만 쓰인다. 전담 팀 인원이 20명 안팎인 B 공기업의 경우 11억원 가까이 지출되는 셈이다.

더구나 보고서 작성 시즌인 1~3월에는 상당수 공공기관이 전담 팀 외에도 각 부서에서 평균 10.9명을 추가로 차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전담팀 9명 외에 추가로 50명 가까이 차출하는 공기업도 있었다. 여기에 평가위원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접대와 용역 몰아주기 등 드러나지 않는 로비 비용까지 감안하면 실제 평가준비에 소요되는 비용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방만경영 해소와 경영 효율 등을 목적으로 삼는 경영평가가 도리어 공공기관의 경영 비효율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정작 신년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마치 학생들이 토익 시험을 준비하듯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기보다 시험 점수를 높게 받는 노하우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호소했다. 이영면 동국대 교수는 “효율적인 공공기관 운영을 위해 경영평가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평가를 위한 평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며 “경영평가로 결정되는 성과급 비중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단기보다는 중장기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정새미인턴기자(이화여대 기독교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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