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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세 부모 체외수정법 통과… 윤리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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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세 부모 체외수정법 통과… 윤리 논란 가열

입력
2015.02.0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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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심장병·정신지체 등 150여 모계 유전 질환 예방 주장

맞춤형 아기 양산 생명 혼란 우려도

영국 하원이 세계 최초로 ‘세부모 체외수정’ 허용 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모계 유전 질환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한편 ‘맞춤형 아이’가 양산돼 생명 윤리에 혼란을 불러 올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영국 하원이 3일 가결한 세부모 체외수정법은 미토콘드리아 DNA 결함을 지닌 여성의 난자로부터 핵만 빼내 다른 여성의 핵을 제거한 정상 난자에 주입하는 시술을 허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보건부 산하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이 신생아의 미토콘드리아 질환 가능성을 평가해 시술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며, 태어난 아이는 나중에 난자 기증자에 관한 정보를 요구할 수 없다.

의원들뿐만 아니라 의학계는 이 법안의 통과에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 결함으로 발생하는 근위축증과 간질, 심장병, 정신지체 등 150여 가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하원 찬반토론에서 제인 엘리슨 공중보건담당 부장관은 “새로운 시술법은 죽음의 유전질환으로 고통받는 가족에게는 어두운 터널 끝에 비치는 한 줄기 빛이 될 것”이라며 “세 부모 아이를 허용하는 대담한 발걸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질을 앓던 6살 아들을 지난 2009년 잃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대변인을 통해 “이 법안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세부모 체외수정/2015-02-04(한국일보)
세부모 체외수정/2015-02-04(한국일보)

의학 윤리학자인 길리안 로크우드 박사도 “새로운 체외수정 시술법은 고장 난 생체 배터리를 제대로 작동시키려는 것이지 아이의 키나 눈 색깔, 지능 등과는 무관하다”며 이 법안을 지지했다. 그는 “제3의 여성으로부터 받는 유전자는 DNA의 10분의1에 불과하므로 세부모 시술이 아닌 2.0001부모 시술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존 거든 박사 등 노벨상 수상자 5명을 비롯한 과학계 인사 40여명은 “세부모 체외수정 선택권은 법이 아닌 부모에게 주어져야 한다”며 법안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종교계와 생명윤리 단체 등은 시술의 안전성과 합법화에 따른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 서식스대의 테드 모로 박사는 “보건당국은 이번 시술이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안전성은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생명윤리단체인 인간유전학경고운동 협회의 데이비드 킹 박사도 “세부모 체외수정은 생명윤리의 금기선을 넘는 일”이라며 “맞춤형 아이를 탄생시키려는 시도가 봇물 터지듯 쏟아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가톨릭 교회과 영국 성공회도 지난주 이 시술법은 안전하지도 윤리적이지도 않다고 법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잉글랜드 성공회의 리 레이필드 스윈던 주교는 “세부모 체외수정 합법화로 인류의 유전자 변형 시도가 금기선을 넘어 통제 불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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