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공표 안 하면 남편…" 협박 '알리샤위 석방' 위해 전방위 압박
日·요르단, 뾰족한 대책 못 내놔… 석방 이해관계 엇갈려 교착 지속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일본인 인질 살해 협박 사건이 30일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IS는 인질의 가족들을 사건에 개입시켜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새로운 전술로 일본과 요르단 양국 정부 압박에 나섰다.
일본인 인질 고토의 부인 린코는 29일 밤 “이것이 남편의 마지막 기회인 것 같다. 남편이 석방되고 알카사스베 중위의 목숨을 보호하기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영어 음성 메시지를 공표했다.
이 메시지는 IS가 29일 일몰때까지 요르단에 구속된 여성 사형수 사지다 알리샤위를 터키 국경으로 데려올 것을 요구한 마감 시간 직전에 제작된 것으로, 영국 런던소재 언론인 지원단체 ‘로리펙 트러스트’를 통해 공개됐다. 린코는 “IS측으로부터 ‘(사지다를 데려오라는) 메시지를 공표하지 않으면 다음 차례는 고토가 될 것’이라는 협박을 받고 제작했다”며 “여성 사형수의 석방을 세계에 호소하라는 요구도 받았다”고 전했다.
IS가 알리샤위 석방을 위해 고토를 전면에 내세워 요르단 정부 압박에 나선데 이어 고토의 부인까지 동원한 것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고도의 전술이라는 분석이다. 제3자의 목소리를 통해 IS의 메시지를 전달케 함으로써 그들의 요구를 ‘객관적 사실’로 받아들이도록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IS에 붙잡힌 요르단 조종사의 아버지 사피 알카사스베는 29일 기한 경과 후 기자회견을 갖고 “(아들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이슬람국가에 석방을 호소했다. IS의 요구에 따른 발언은 아니지만 인질 가족들의 도움 요청이 잇따르는 것은 IS 입장에서 나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가운데 IS측은 29일 자신들이 지배하는 주민들을 동원, 일본인 인질 사건을 둘러싼 일본 정부를 비난하는 인터뷰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30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주민들은 일본을 미군 주도의 자발적인 국가 연합의 지지국으로 간주, “미국의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에 의한) 학살을 잊었나, 왜 미국이 무슬림을 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가”라고 비난했다. 한 주민은 IS의 몸값 요구에 대해서도 “신의 법에 의한 정당한 요구인 만큼, 일본 정부는 국민을 사랑한다면 몸값을 지불하라”고 주장했다. 마이니치신문은 “IS는 언론을 엄격히 규제하고 반대파를 탄압하고 있다”며 이들이 “IS의 의향에 따라 발언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IS의 전방위적인 압박에도 일본과 요르단 정부는 사태 해결을 위한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질로 붙잡힌 고토와 조종사 알카사스베의 안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고토의 석방을 우선시하는 반면 요르단은 알카사스베의 석방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등 양국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사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인질과 테러범 맞교환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미국과 동맹국을 자처하는 일본과 요르단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정보의 수집, 분석하고 요르단 정부를 비롯한 관계 각국에 협력을 요청하면서 고토씨의 석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진척 사항에 대해서는 “사안이 지속중이므로 답변을 삼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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