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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불법 번식장에서 '출산 기계'로 살다가 구출된 어미견의 소식이 한국일보닷컴을 통해 알려진 뒤 많은 이들이 안타까운 심정을 전해왔다. (▶기사보기) 딱한 사연의 주인공이었던 '상근이'가 지난 5일 숨졌다. 번식장에서 식용견으로 팔려나가던 찰나 자원봉사자 박모(37)씨의 도움으로 구출돼 일반 가정에 입양 됐지만, 모견으로 살면서 얻은 악성유선종양과 합병증을 이기지 못하고 숨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상근이는 불법 번식장의 모견으로 8년을 살았다. 과거 인기TV프로그램에 등장했던 같은 종의 '상근이'가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많아지자 번식장에서 새끼를 낳는 출산견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불법 번식장에서 상근이의 삶은 끔찍했다. 발정제를 맞고 1년에 3~4차례 임신을 반복하는 동안 뱃속엔 악성유선종양 수십여개도 함께 자라났다. 거대식도증으로 음식을 제대로 섭취할 수 없는 영양결핍 상태였고, 피부염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올 여름, 더이상 출산을 할 수 없게 된 상근이는 식용견으로 팔려나갈 위기였는데 지나가던 박씨가 안타깝게 여겨 구출했다. 상근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도 박씨를 만나면서다. 성한 곳 없는 애견이 가여웠던 박씨는 5만원을 주고 사서 집으로 데려오면서 '상근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상근이는 지난 7월, 새주인인 정모(53)씨를 만났다. 상근이를 입양한 정씨는 정성을 다했다. 입양 후 새 삶을 시작하라는 의미로 '상순이'라는 이름을 새로 지어줬고, 병원 치료도 꾸준히 받게 했다. 피부염을 치료하고 종양제거수술도 받았지만, 이미 몸 속 깊이 퍼진 종양으로 인해 손을 쓸 겨를이 없었다. 고통에 신음하던 상근이는 병을 이기지 못하고 열흘 전 세상을 떠났다.
상근이가 정씨와 함께 했던 시간은 4달 남짓. 정씨는 "상근이가 집에 온 후 함께 은행나무길을 산책할 때면 내게 은행을 주워다 주는 등 재롱을 부렸었다"면서 "죽기 전에 좋아하는 간식을 곁에 두어도 먹지 못하고 떠났다"고 슬퍼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번식장에서 상근이의 건강에 작은 신경만 썼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무작정 출산만 강요하는 불법 번식장의 비윤리적인 행동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근이의 죽음은 공장에서 출산만 반복하는 수많은 모견들의 삶과 '궤'를 같이 한다. 결정적 사인이 된 악성유선종양은 암컷 노령견에서 발병률이 높다. 가정견의 대부분은 나이가 들면 중성화 수술을 받지만, 출산견으로 학대 받는 모견들은 호르몬 과다 분비로 발병률이 높아지기 쉽다.
문제는 상근이처럼 비극적인 상황에 놓여있는 공장견들의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데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반려동불 번식장 수는 1,000여개가 훌쩍 넘는다. 이 중 신고된 곳은 57곳에 불과하다. 당국은 미등록 번식장에서 이뤄지는 각종 학대 행위들의 실태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묵인하고 있다.
오기석 전남대 수의과대학 교수는“번식장에서 애견의 건강을 생각해 6세 이상의 노령견에게는 되도록 출산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며 “중성화 수술을 시켜주는 것이 좋지만 그게 안되면 정기적인 건강 검진이라도 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은 인턴기자(성신여대 법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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