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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희망이라던 시도민구단 ‘비참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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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희망이라던 시도민구단 ‘비참한 오늘’

입력
2014.12.11 17:41
수정
2014.12.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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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용의 꼬리를 덥석 물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이 신선하고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용 꼬리는 견디기 힘든 상처를 입었고, 뱀은 덥석 문 꼬리를 삼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6일 끝난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에서 패해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강등이 확정 된 경남 FC와 기적처럼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승격을 확정한 광주 FC의 모습이 딱 이런 상황이다. K리그 시도민구단들이 승강제 후폭풍에 휘청이고 있다. 전례 없는 흥행 참패 속에 시도민구단 구단주들의 질타와 공세가 이어지며 위기감은 극대화됐다. 한때 K리그의 희망이자 새 모델로 불리던 시도민구단들이 직면한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국내외 사례로 본 해법을 3회에 걸쳐 제시한다.

[저작권 한국일보] 홍준표 경상남도지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 홍준표 한 마디에 초상집 된 경남

경남의 구단주인 홍준표(60) 경남도지사는 강등 직후 팀의 존폐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홍 지사는 지난 8일 경남도청 회의실에서 가진 간부회의에서 "지난 2년 간 그렇게 많은 예산을 확보해 주면서 단 한 번도 간섭하지 않았는데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며 "특별감사 후 팀 해체를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선언했다. 홍 지사의 불호령에 경남은 지난 9일 안종복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감독 등 코칭 스태프까지 모두 26명이 사표를 제출했고, 같은 날 열린 신인 드래프트마저 포기했다. 강등에 이어 해체 검토까지 연타를 맞은 경남 구단의 행정은 사실상 올 스톱 상태다. 알짜 선수 운용으로 꾸준히 중위권 성적을 내며 시도민구단의 모범 사례로 꼽혀왔던 경남이었기에 홍 지사의 해체 언급의 파장은 더 컸다. 경남축구협회 등 지역 축구계는 “해체 반대” 목소리를 냈고 주주와 서포터들은 “잘 돌아가던 팀이 2년 만에 몰락하게 된 건 홍 지사의 인사실패와 방관”이라고 꼬집으면서도 안종복 대표 취임 후 계속됐던 방만한 경영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했다.

● 승격 드라마 쓰고도 웃지 못하는 광주

광주는 12월의 드라마를 썼다. 지난 2012년 K리그 챌린지로 강등돼 2시즌을 2부 리그에서 보낸 광주는 올해 K리그 챌린지 4위로 간신히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후 3위 강원FC, 2위 안산 경찰청을 차례로 물리치며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고, 경남과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3-1 승리, 2차전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격을 확정했다. 하지만 기쁨보다 한숨이 앞서는 상황이다. 승격을 하자마자 커다란 고민도 함께 떠안았기 때문이다.

광주 FC 선수들이 지난 12월 1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광주 FC 제공

내년 살림을 클래식 수준에 맞춰 꾸려야 하는데 광주시는 광주가 승격하자마자 챌린지 때와 같은 25억 원 이상 지원하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상반기 홈 경기장 사용도 불투명하다. 광주월드컵경기장이 내년 7월 3일 개막하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위해 상반기 중 상당 기간 리모델링과 대회준비에 활용된다. 호남권 대부분의 구장에서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펼쳐져 최악의 경우 전반기 내내 원정 경기만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광주 관계자는 "예산도 큰 걱정이지만, 무엇보다 겨우 지펴놓은 축구 열기가 식을까 더 불안하다"며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 인사·재정 문제는 ‘만병의 근원’

두 팀의 사례는 성남 FC 구단주인 이재명(49) 성남시장이 자신의 SNS에 오심 판정에 대한 불만과 강등 시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포기 등을 언급하며 한바탕 논란이 진행되던 중 벌어진 일이라 축구계의 위기감은 증폭됐다. 승강 플레이오프를 전후해 이해당사자인 경남과 성남, 광주를 중심으로 인 논란이었지만 다른 시도민구단들도 정도의 차이일 뿐 우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전은 올해 1부 승격이라는 성과와 함께 투명성을 바탕으로 시민구단의 분수에 맞는 구단 운영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구단주인 권선택 대전광역시장은 염홍철 전 시장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김세환 대표에 대한 재신임 여부에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김 사장의 임기는 2016년 8월까지지만, 벌써부터 사장 교체에 대한 풍문이 돌고 있다. 아무리 성과와 외부평가가 좋아도 업무의 지속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대전은 지난 1997년 창단 후 약 18년간 대표가 무려 12번 교체됐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 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권선택 대전광역시장이 지난 11월 16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2014 K리그 대전시티즌 홈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재정 문제 역시 만병의 근원이다. 2005년, 창단 2년여 만에 준우승을 거두고 한 때 코스닥 상장까지 시도하며 주목 받았던 인천 유나이티드는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한 건설회사로부터 5 억 원을 빌려 선수단과 임직원에 급여를 줬다. 당장 인천광역시부터 아시안게임 개최 후유증 등으로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어 지자체의 지원을 바라보기도 힘든 상황이다. 인천시는 2016년부터는 인천 유나이티드에 대한 지원을 아예 끊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창단한 FC 안양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두 시즌 만에 재정난에 봉착했다. 지난 10월과 11월에 걸쳐 선수단과 사무국 직원의 임금이 체불됐던 안양은 한 저축은행 대표로부터 개인 돈 5억 원을 빌려 지급해 논란이 일었다.

● K리그의 희망이라던 시도민구단, 어쩌다 여기까지.

1997년 첫 시민구단인 대전시티즌 창단 당시 시도민구단 모델은 기업구단들만 존재했던 한국 프로축구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 받았다. 기업 오너의 의지에 따라 구단 운명이 좌우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시민과 지역 기업의 참여로 연고의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시작된 시도민구단 창단 열풍은 그 뜻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축구 열기에 편승해 대중의 관심을 얻고자 한 정치인들의 주도 하에 창단된 시도민구단은 결국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며 정치적 노리개로 전락했다. 구단의 방만한 운영을 지적하며 해체를 언급한 홍준표 지사에게 축구계가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 예산 20억 원과 대우조선해양의 메인스폰서 비용 40억 원 등 경남의 올해 예산으로 끌어온 130억 원 중 거의 모든 금액이 세금 혹은 준조세 성격의 기업 후원금이다. 축구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수도권 기업구단 관계자는 “시도민구단 창단 광풍 때부터 예견 됐던 현상”이라며 “곪아있던 고름이 승강제 시행과 맞물려 터진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축구관계자 역시 “구단이 스스로 벌지 않은 돈이기에 방만하게 사용되고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지자체들의 살림이 팍팍해지고 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 매는 상황에서 시도민구단의 살림에 대한 점검은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SBS 박문성 해설위원은 “시도민구단을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구단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짚었다. 박 위원은 이어 “단순히 시도민구단 만의 문제는 아니다. K리그 전체의 인기가 높다면 정치인 구단주들의 이 같은 발언들도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축구계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K리그 판 자체의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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