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희망 프로젝트] 3부 행복을 꿈꾸는 교육 (1) 학벌사회의 그늘 언제까지

월 200만원이 넘는 학원·과외

수백만원 드는 대학 입시 컨설팅

강남구, 서울대 합격률 강북의 21배

87% "자녀 진로, 부모 학력에 달려"

학벌이 취업부터 결혼까지 인생을 결정한다는 믿음은 공고하다. 7일 서울대 학생들이 학벌사회의 상징으로 꼽히는 서울대 정문 앞을 지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지방 A중 3학년 김지민(15ㆍ가명)양은 최근 어머니와 함께 서울에 올라와 대치동에서 외고 면접 컨설팅을 받았다. 컨설팅 업체는 지민 양에게 기출 면접 문제를 실전처럼 연습시켰다. 2시간을 갓 넘긴 컨설팅에 들어간 비용은 100만원. 어릴 때부터 사교육에 매달린 지민 양은 중학교 3년 동안 과외와 학원 수업을 통해 외고 입시에 매달렸다. 그의 어머니(44)는 “유학을 목표로 딸이 외고에 입학하려고 하는데 돈이 문제겠느냐”고 말했다. 지민양의 부모는 모두 의사다.

“내가 해준 과제물로 우리 아들이 A+(에이 플러스) 받았다는군.” 국내 굴지의 대기업 부장 A(49)씨가 최근 부하직원에게 웃으며 한 말이다. 그는 해외영업분야에서 일해온 전문가로 해외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온갖 프레젠테이션을 해온 경력이 있다. 지난해 대학 과제물로 끙끙대던 아들을 보다못해 파워포인트 작업을 해준 것이 올해 1,2학기에도 이어졌다. 덕분에 서울 모 대학 경영학과에 다니는 아들은 장학생이 됐다.

월 200만원이 넘는 유아대상 영어학원,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시작하는 학원과 과외, 방학 때마다 떠나는 해외 영어캠프, 과학고 입시 준비를 위한 수학 학원과 공부방, 수백만원의 비용이 드는 유학ㆍ대입 컨설팅…. 이런 사교육을 감당할 수 있는 한국 가정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지만 서울 ‘강남 3구’에선 ‘기본 코스’로 인식되고 있다. 공교육은 믿을 수 없고, 그럴듯한 투자 결과가 있으니 사교육이 더욱 성행한다.

김세직 서울대 교수(경제학)의 논문에 따르면 서울 자치구 가운데 학생 100명당 서울대 합격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강남구로 2.1명으로, 최저인 강북구의 0.1명과 비교해 21배나 높다. 서초구가 1.5명, 송파구가 0.8명으로 강남 3구가 상위 1~3위를 휩쓸었다. 부모의 경제적 배경이 자녀 교육의 출발선을 앞당기고 계속 앞서가도록 지원한 결과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자녀의 결혼에도 큰 위력을 발휘한다. 올해 초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혼인동향과 혼인이행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부모의 학력이 대졸 이상이고 부모가 자기 소유의 주택에 거주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혼인 성사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앞서 2010년에는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은 모 결혼전문사이트가 고위공무원, 대학교수, 의사, 대기업 및 은행 임원을 부모로 뒀을 경우 최고 등급인 A등급으로 평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의 공동 조사에서도 부모의 영향력은 자녀 인생에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부모의 경제력이 중요하다’는 문항에 2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중 87.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부모의 학력에 따라 자녀의 진로가 달라진다’는 문항에도 69.1%가 긍정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의 정당한 노력만으로 성공하기 힘들다’고 보는 사람들도 87.1%에 달했다.

이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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