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광화문에 박정희 동상" 홍준표는 "무상급식 중단" 선언
집토끼 결집에만 집중하다 野 대선 패배 전철 답습 가능성
최근 새누리당 잠룡들이 경쟁적으로 보수층 구애에 열을 올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차기 대권 행보로서 집토끼부터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지만 지난 대선에서 진보와 중도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해 패했던 야당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선언이 대표적인 경우다. 홍 지사는 지난 2012년 재보선으로 당선된 뒤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를 촉발시켜 전국적 이슈를 만든 데 이어 또 다시 무상복지 논란에 불을 지폈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홍 지사가 촉발시킨 진주의료원 폐업이나 무상급식 이슈 제기가 모두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차기 행보라는 시각이 많다.
김문수 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도 경기지사 퇴임 이후 당 특위 위원장으로 중앙 정치 무대에 복귀한 후 정작 혁신특위 성과 보다는 보수층을 겨냥한 발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제발전을 원하는 세계 모든 국가가 배우고 싶어하는 지도자로 최고의 한류 스타”라고 박 전 대통령을 추켜 세운 뒤 “박 전 대통령을 배우려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찾는 만큼 광화문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고 박정희 정신의 핵심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관광상품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극찬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한 포럼에서는 “남북간 가장 큰 비대칭전력은 대한민국 국회에 이석기 의원과 같은 종북좌파 성향의 국회의원들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분히 보수층을 의식한 발언들이라는 해석이다.
여권 잠룡들의 보수층 구애 작전은 이들의 고정지지층이 엷다는데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많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조사한 10월 마지막주 대선 주자 지지율만 봐도 박원순 서울시장(20.0%)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2.7%),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11.5%) 등 소위 ‘빅3’대선주자와 비교해 김 위원장(8.0%)과 홍 지사(5.0%)는 뚜렷한 격차를 보이며 뒤쳐져 있다. 때문에 고정지지층 확보 여부가 대권 가도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조기에 보수층 결집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이들의 행보가 지난 대선에서 집토끼 결집에만 주력했던 야당의 길을 답습하는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현 새정치연합)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연대 등을 통해 진보진영을 결집시키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등을 내세우며 좌클릭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는 두 번의 선거에서 잇따라 패한 주요 원인으로 지적 받았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차기 대선이 3년이나 남아 있는 만큼 지지율이 안 나오는 후보들의 보수층 공략은 당연한 수순으로 본다”면서 “지난 경험으로 봤을 때 대선이 다가올 수록 결국 중도층의 표심을 결집할 수 있는 후보가 부각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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