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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왕치산의 의법치국

입력
2014.10.2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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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 스승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동안 저지른 실수들을 보니 이제 더 이상 스승은 안되겠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무원 경제담당 부총리는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에게 이렇게 일갈했다. 날카로운 유머감각을 지닌 왕은 1998년 광둥성 부성장으로 있을 당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회장이던 폴슨과 개인적 인연을 맺었다. 왕은 2003년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으로 패닉에 빠진 베이징에 시장으로 긴급 투입돼 혼란을 수습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대규모 부양책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처해 중국의 ‘특급 소방수’로 불렸다. 폴슨은 그를 “폭넓은 식견과 결단력을 지닌 수완가”라고 평했다.

▦ 경제통인 왕은 2012년 11월 공산당 최고 사정기관인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에 임명됐다. 하지만 불과 2년도 안돼 현대판 포청천으로 거듭났다. 시진핑 주석의 신임 아래 철저한 저인망식 조사를 앞세워 반부패운동을 지휘해 8,000만 공산당원들과 4,000만 공무원들의 저승사자가 된 것. 지금까지 그의 손에 의해 낙마한 사람은 정치국 상무위원 출신의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법위 서기 등을 비롯해 성장ㆍ부장급(장관급) 이상 고위 간부만 50여명에 달한다.

▦ 왕은 1948년 칭화대 교수의 아들로 태어나 시 주석보다 나이가 5살 위다. 1960년대 문화대혁명 당시 산시성 옌안 인근의 오지로 하방돼 농사일을 했는데 당시 인근지역으로 하방된 시 주석이 찾아와 밤새 이야기를 나눴을 정도로 둘의 개인적 인연은 깊다. 하방 때 만난 야오이린(姚依林) 전 부총리의 딸과 결혼해 태자당(혁명 원로·간부의 자제)으로 분류되지만 슬하에 자식이 없어 중국에선 부패척결의 적임자로 꼽힌다. 최근 “왕이 너무 나가는 것 아니냐”는 장쩌민 전 주석 등의 우려에 대해 시 주석이 그를 적극 두둔했다고 한다.

▦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따른 국가통치)’을 주제로 내세운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가 20일 개막했다. 최근 왕은 현재의 중국 상황을 공무원이 두려워 감히 사욕을 채울 수 없는 ‘불감탐(不敢貪)’ 상태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홍콩과 싱가포르의 제도를 배워 제도적으로 사욕을 채울 수 없는 ‘불능탐(不能貪)’ 상태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한다. 이번 회의에서 어떤 사법개혁 조치들이 나올 지 주목되는 이유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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