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며느리 단골배우서 국민악녀로
데뷔 14년 만에 찾아온 전성기
"시청자 덕분...아직은 어리둥절"
막장 논란엔 "또 다른 삶이라 생각"
시청률 35%(닐슨코리아 제공)로 막을 내린 MBC ‘왔다! 장보리’에는 네티즌들이 붙여준 또 다른 제목이 있다. 바로 ‘떴다! 연민정’이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울다가 웃다가 오락가락하는 연민정의 감정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한 배우 이유리(34)를 지칭한 제목이기도 하다. 독한 연기로 ‘국민악녀’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방송ㆍ행사 참석, 광고ㆍ화보 촬영 등으로 바쁜 이유리를 21일 한국일보 사무실에서 만났다.
“데뷔 14년 만에 확실히 떴다”는 기자의 덕담에 이유리는 “뜬 게 아니고 시청자와 네티즌이 띄워 준 것”이라면서 “나 또한 지금 상황이 신기하고 어리둥절하며 부끄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유리는 2001년 스물한 살 나이에 KBS 청소년 드라마 ‘학교 4’로 데뷔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달려왔다. 20여 편의 드라마에 크고 작은 역할로 얼굴을 내밀다가 마침내 ‘왔다! 장보리’로 소위 ‘빵!’ 터진 것이다.
“운이 좋았어요. 그 말 밖에 떠오르지가 않아요. 작가와 연출자가 기회를 주어야 할 수 있는 것이잖아요. 게다가 연민정의 신(scene)이 많아 제가 주목받게 된 것 같아요. 연기자는 밑그림이 없으면 스케치를 못하는 법이거든요.”
원래 이유리는 드라마에서 ‘착한 며느리’로 자주 나왔다. 부잣집 시어머니 앞에서 큰 소리 한번 못 내는 며느리 나영미(KBS ‘엄마가 뿔났다’)였고, 기억을 잃은 자신을 거둬준 남자와 그의 어머니에게 정성을 다하는 오유정(SBS ‘당신의 여자’)이었다. 그래서 ‘국민 며느리’로 불리기도 했다. 착하디 착한 역할을 하다 MBC 주말극 ‘반짝반짝 빛나는’(2011)에서 변신을 꾀했다. 병원의 실수로 부잣집 딸에서 가난한 집 딸로 운명이 바뀐 황금란 역을 맡으며 악역에 도전한 것이다. 당시 이유리는 “9년 만에 악역에 도전하는 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을 정도로 감정선이 복잡한 악역을 소화하느라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이유리는 “이전까지는 착한 역이나 답답한 역 밖에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반짝반짝 빛나는’을 하며 캐릭터 변신의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연민정으로 매일 독한 장면을 찍으니까 같이 출연한 김용림 선생님께서 ‘유리야, 힘들지 않니?’라고 물으신 적 있어요. 저는 하나도 힘들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다고 말씀 드렸어요. 이 역할을 해보고 싶은 배우가 얼마나 많았겠어요? 저는 운 좋게도 선택 받은 사람이잖아요. 그러니 힘들 수가 있나요?(웃음)”
그러면서 욕도 많이 먹었단다. 딸과 생모를 부정하는 것도 모자라 살인까지 저지르려는 연민정의 행동이 시청자의 질타를 받은 것이다. 막장 논란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또 다른 삶이라고 생각해 몰입하지만, 칭찬도 쓴 소리도 필요하다”며 “연민정의 삶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그것 자체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연민정으로 5개월의 대장정을 마친 그의 다음 계획은 무엇일까. “다음 작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지 부담이 큽니다. 데뷔 이래 처음 하는 고민이에요. 얼마 전 한복홍보대사가 됐는데 실제로 한복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사극에 도전하고 싶어요. 검술하는 무사 역할이 잘 어울릴까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연다혜 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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