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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카카오가 훅~ 사라지지 않으려면

입력
2014.10.1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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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커뮤니케이션이 카카오를 흡수합병한다고 발표한 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카카오 본사에서 한 여성이 카카오톡을 이용해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다음과 카카오는 통합법인 '다음카카오'로 출범을 한다. 심현철기자 shim@koreatimes.co.kr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카카오를 흡수합병한다고 발표한 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카카오 본사에서 한 여성이 카카오톡을 이용해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다음과 카카오는 통합법인 '다음카카오'로 출범을 한다. 심현철기자 shim@koreatimes.co.kr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었던 카카오톡이 바로 그 정권에 의해 생사의 기로로 놓이다니….”

한 인터넷 전문가는 최근 사이버 검열 공포 및 망명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카카오톡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초박빙 승부였던 지난 대선에서 카카오톡은 20~30대 젊은 층에 맞서 50대 중심의 보수층이 그룹채팅을 통해 막판 세를 결집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 기업이 지난달 16일 “사이버상의 국론을 분열시키는 아니면 말고 식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언급과 뒤이은 검찰의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 발표로 치명상을 입고 있으니 역설적이라는 지적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다음카카오가 창업 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검찰의 섣부른 대응이 촉발한 측면이 크지만, 다음카카오의 잘못도 작지 않다. 2010년 초 혜성처럼 등장해 국내 시장을 휩쓴 카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최근 사이버 검열 의혹과 관련해 보여준 갈팡질팡 행보를 보면 과연 이게 인터넷 혁신의 아이콘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사실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환경이 탄생시킨 스타다. 2009년 하반기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서 스마트폰 열풍이 불었고, 모바일에 최적화된 메신저였던 카카오톡은 금세 사용자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대 모바일 메신저로 최근 페이스북에 인수된 미국의 왓츠앱2(Whats App)을 모방했다는 말도 있었지만, 토종 기술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의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한 화면구성과 독특한 캐릭터를 통한 의사 소통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런 신화가 부서지는 데는 불과 보름도 걸리지 않았다. 카톡 검열 논란이 불거진 지난 1일 다음카카오 합병 최고경영진 기자간담회가 그 시작이었다. 이석우 대표는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한 질문에 “보고 받은 내용이 없다”는 등 무성의한 대답으로 일관했다. 무엇보다 사용자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감성을 잘 읽고 공감할 것 같은 모바일 업체가 최소한의 저항도 없이 고분고분하게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갖다 바쳤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적 상황에서 정부나 검찰 등 사법당국과 각을 세우면서 사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미디어 기업의 특성상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는 했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미국 트위터의 경우 지난해 회사가 미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받은 국가안보 관련 서한 숫자를 법무무가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자 법원에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 와중에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감수성이 거의 제로 수준인 회사주주나 경영진의 태도는 여론을 자극했다. “국가 권력의 남용을 탓해야지 기업을 탓하다니요. 그러려면 이민 가셔야죠”라거나 “검찰이 부르는 데 안 갈 수 있느냐”는 발언은 큰 배신감을 안겨줬다.

카카오로선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다. 모바일 기업에서 사용자 신뢰라는 자산은 거의 전부나 마찬가지인데 그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지난 13일 이석우 대표가 감청 불응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여론을 반전시키려 했지만 독일에 기반을 둔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의 사이버 망명 행렬은 그치지 않고 있다.

지금부터의 대응이 카카오톡의 사활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한국을 넘어 글로벌 메신저로 도약하려면 일대 쇄신은 필수적이다. 한국은 정보통신 인프라는 발전했지만 미디어기업이 성장하기는 척박한 환경이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영장이 일본에 비해 300배나 많은 나라다. 하지만 전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시대에 한국인을 상대로 한국에서 주로 사업을 한다고 해도 로컬 상황에만 매달리고 순응한다면 그런 기업에는 미래는 없다. 역으로 한국적 현실을 극복,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스토리 텔링으로 재무장하고 글로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완벽한 기술보안을 통해 개인정보보호의 실효성을 높이는 일 못지 않게 이를 철저히 지키겠다는, 국내 네티즌이나 세계인이 인정할 수 있는 철학과 스토리가 필요하다. 러시아 당국의 검열을 피해 독일로 망명한 사람이 만든 텔레그램에 왜 국내 네티즌들이 열광하는지 곰곰이 따져보기 바란다. 카카오가 3,5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막을 내린 또 하나의 싸이월드로 전락하거나, 중ㆍ장년층이나 쓰는 올드 메신저가 됐다는 말을 결코 듣고 싶지 않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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