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힘든 시기를 이겨낸 서건창(25·넥센 히어로즈)이 통쾌한 역전타를 날렸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200안타 고지에 오른 서건창은 무명에 가까웠던 신고선수 출신이다.
2008년 LG 트윈스의 신고선수로 들어가 단 한 번 타석에 서서 삼진을 당한 것이 1군 경력 전부였다.
2009년 8월 방출당했고, 상무나 경찰청에 갈 수도 없어 일반병으로 군 복무를 했다.
2011년 9월 제대했지만 갈 곳이 없었던 그에게 넥센의 공개 테스트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20명의 지원자 가운데 유일하게 합격해 2012년 또 한 번 신고선수로 넥센 유니폼을 입고 다시 프로 무대에 섰다.
서건창에게는 정식 번호도 없었다. 그는 그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111번을 달고 훈련했다. 구단 홍보팀조차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서건창은 "좋은 숫자 3개가 나란히 선 번호라서 좋았다"고 했다.
서건창은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여기서 물러나면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야구를 더는 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당시 서건창을 지켜본 박흥식 전 넥센 타격코치(현 롯데 타격코치)는 "(서)건창이는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다"면서 "다른 선수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절박함이 느껴졌다"고 되돌아봤다.
서건창은 2루수와 3루수를 오가던 김민성의 발목부상으로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2년 4월 7일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개막전에 9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해 0-1이던 5회 2타점 역전 결승타를 터뜨렸다.
반짝 활약에 그치지 않았다. 서건창은 빠른 발과 든든한 수비, 매서운 타격으로 서서히 팀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한 해를 달리고 나니 115안타(타율 0.266)에 1홈런, 40타점이 그의 성적표에 기록됐다. 도루는 39개로 이용규(44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서건창은 그해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과 함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며 그해 프로야구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인생 역전이 따로 없었다.
지난해엔 발가락 부상으로 시즌 일정의 3분의 1 정도를 소화하지 못했고, 슬럼프까지 겹쳐 84안타(타율 0.266)에 그쳤다.
절치부심한 서건창은 올 시즌을 앞두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을 길렀고, 달라진 타격폼으로 '안타 제조기'로 거듭났다.
이미 지난 6월 최소 경기(64경기) 100안타 타이기록을 세웠고, 99경기 만에 150안타를 기록했다.
출중한 실력에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아픔은 전화위복이 됐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동안 체력을 회복한 그는 전인미답의 200안타 고지를 향해 성큼성큼 전진했다.
지난 11일 문학 SK전에서 '신고선수' 출신인 서건창은 '전설' 이종범(한화 이글스 코치)이 보유한 역대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196개)과 타이를 이뤘다.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대기록 달성을 앞두고 밀려두는 엄청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비틀거렸지만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강하게 단련된 그는 달랐다.
이후 서건창은 3경기에서 안타 1개씩을 추가하며 프로야구의 새로운 기록을 작성해나갔다.
사상 첫 200안타 고지에 1개만을 남겨둔 서건창은 1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 1회초 첫 타석에서 마지막 단추를 채웠다. 서건창은 이제 전설이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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