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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게 병이 될 수 있는 재발암 조기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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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게 병이 될 수 있는 재발암 조기 치료

입력
2014.10.1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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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과 치료에 있어 조기 발견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암을 일찍 발견하면 할수록 암이 퍼진 범위가 작아 수술이나 치료가 쉽고 결과적으로 우수한 치료 성적(생존율)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은 종양학적 진리이다. 그러나 처음 발견되는 원발암(原發癌)이 아니고 1차 치료로 싹 없어졌던 암이 다시 생겨나는 재발암(再發癌)의 경우에는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능사가 아닐 수 있다.

이른바 ‘아는 게 병’이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인데, 재발암의 경우 즉시 치료에 돌입한다고 해도 원발암에 비해 완치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첨단 검사법을 이용하여 재발이나 재발 징후를 일찍 발견하는 것이 암환자 본인에게는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재발성 암인 난소암에 대한 연구 결과 하나를 소개한다. 유럽연합(EU)에서 다국적으로 시행된 ‘재발성 난소암의 조기 치료와 지연 치료의 비교 임상 시험’이라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난소암으로 치료 받고 추적 관찰 중인 529명의 환자를 조기 치료군 265명과 지연 치료군 264명으로 무작위 배정하였다. 조기 치료군은 난소암의 재발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피검사 수치(CA-125) 상승 시 증상이 없어도 즉시 항암치료에 돌입하기로 하였고, 지연 치료군은 피검사 수치가 상승하더라도 일단 기다렸다가 재발에 의한 특정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CT 사진 등에서 암이 보이게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료에 돌입하기로 하였다.

피검사 수치는 올라가지만 아무런 이상 증상 없이 잘 지내는 환자들에 대해 어느 시점에 치료를 시작할지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시험이었는데, 평균 5년 이상 추적한 결과 조기 치료군과 지연 치료군의 평균 생존율에는 차이가 없었다. 반면 삶의 질을 평가한 분석에서는 조기 치료군의 삶의 질이 지연 치료군에 비해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피검사 수치만으로 재발을 조기에 진단하고 즉시 치료에 돌입하는 것이 생존율 면에서 이득은 없으면서 환자들의 근심, 걱정, 항암치료 합병증 등으로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결과를 보인 것이다.

평소에 병원에 가기를 꺼리는 우리들의 심리 저편에는 ‘혹시라도 좋지 않은 결과를 알게 되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모르는 게 약이고 아는 게 병이 될 것이라는 스스로의 기준이 자리잡고 있는데, 적어도 난소암의 재발을 진단하는 데에는 이런 심리가 틀린 것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이다.

주웅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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