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차라리 반납하자”
평창 주민들 개ㆍ폐회식장 강릉으로 변경 계획에 반발
평창군청 오륜기 하강 하려다 몸싸움
“주 개최지가 아니라면 차라리 동계올림픽 반납하는 게 낫지 않겠소.”
정부가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ㆍ폐회식장을 당초 예정된 횡계리 고원훈련장에서 강릉 종합운동장으로 옮기려 하자 평창군민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올림픽의 꽃인 개ㆍ폐회식이 다른 지역에서 열려 난데 없이 주 개최지 지위를 잃게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평창 주민들의 분노는 급기야 올림픽 반납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평창지역 사회단체 관계자들은 13일 진부면사무소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올림픽 반대 투쟁위를 구성했다. 우강호 투쟁위원장은 “강원도와 평창군에 올림픽 관련한 모든 재정적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정부 당국자에 있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투쟁위는 대규모 궐기대회와 함께 15일에는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리고 있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장을 찾아 항의 집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15일은 정홍원 총리를 비롯해 119개국, 37개 국제기구 관계자가 참석하는 고위급 회담이 예정돼 있다.
특히 이날 일부 주민들이 평창군청에 게양된 오륜기를 하강하기 위해 진입하려다 저지하려는 공무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투쟁위는 오전 집회를 마친 뒤 평창에서 강원도청으로 이동해 정부 방침의 부당성을 알리는 릴레이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올림픽 조직위는 당초 횡계리 고원훈련장에 4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메인스타디움을 지어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ㆍ폐회식을 치를 계획이었다. 하지만 빈약한 예산에 발목을 잡히게 되자 250억 원 가량을 들여 강릉종합경기장을 리모델링 해 개폐회식 행사를 열겠다는 쪽으로 계획을 급선회 했다. 강릉 종합운동장에서 500m 안에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과 피겨ㆍ쇼트트랙 경기장, 아이스하키 경기장이 들어서 접근성이 좋고, 바로 옆에 있는 궁도장을 올림픽 플라자로 활용하면 예산이 크게 절감된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폐회식 행사 6시간을 위해 인구 4,000명인 횡계에 750억원을 들여 시설을 지어 무용지물이 돼 후손들에게 비난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 원칙’이라는 문체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타오르는 평창 주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반발이 거세지자 뒤늦게 올림픽 조직위와 문체부가 강원도와 협의해 개폐회식 장소를 결정하자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으나, 평창 주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 앉지 않고 있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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