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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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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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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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이 과 저 과 찾는 대신 의사들이 모여 최적 치료법 찾아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서 시도, 패스트 트랙 제도도 호응 높아

오재건(앞줄 맨 왼쪽) 삼성서울병원 심장내혈관 병원장이 다학제협진실에서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놓고 의료진과 치료방향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1층 다학제협진실에 5명의 베테랑 교수가 심각하게 논의를 벌였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직장암 진단을 받은 50대 A씨의 암 치료법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수술을 맡을 김영호 소화기내과 교수와 김희철ㆍ권우일 소화기외과 교수, 항암과 방사선 치료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이지연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박희철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등은 한참을 논의하다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로 정했다. 이들 교수는 A씨에게 “암세포가 전이는 됐지만 예후가 좋을 것이다. 복강경으로도 수술할 수 있어 흉터도 크지 않고 일상복귀도 빠를 것”이라고 소상히 설명했다. 게다가 의료진은 “치료가 잘 될 터이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이구동성으로 말을 건넸다. 간까지 암세포가 퍼져 우울감에 젖었던 A씨는 모처럼 활짝 웃었다.

대형병원에는 환자가 많아 치료일정을 잡는 것은 물론 의사 얼굴 보기조차 쉽지 않다는 편견이 깨지고 있다. 불안한 환자의 마음을 달래면서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도록 환자중심으로 병원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제 병원에서 의사가 중심이 아니라 환자가 중심이라는 기본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천동설과 지동설에 빗대 ‘환동설(患動說)에서 ‘의동설(醫動說)’로 바뀌었다고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삼성서울병원은 2012년 ‘환자행복을 위한 의료혁신’을 주창했다. 환자가 자신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이 과, 저 과를 찾아 다니는 불편을 없애겠다고 선언이었다. 병 치료만으로도 힘든 환자에게 번거로움을 줄여주겠다는 뜻에서다. 대표주자가 암병원과 심장뇌혈관병원. 지난해와 올해 1년 간격으로 병원 내 병원 형태로 출범한 두 병원은 이제 환자행복을 위한 병원 혁신을 이끌고 있다.

1주일 이내 암 치료 받아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다학제 협진을 원칙으로 진료 프로세스를 바꿨다. 여러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환자를 위한 최적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다학제 진료를 진행해 환자 부담은 줄이고 치료결과는 높이기 위한 시도다. 결과는 대성공. 의료진과 환자 모두 크게 만족했다. 특히 진행성 암이거나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병일수록 그렇다. 해당 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더불어 치료계획을 세우려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임도훈 암병원 운영지원실 기획팀장(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은 “다학제 협진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최적의 치료법을 찾기 위한 지름길”이라며 “게다가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높여줄 수 있어 치료 순응도나 만족도도 높여줄 수 있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들이 바쁜 진료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내 한 자리에 모여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 방법을 찾아내고 있는 이유다.

특히 1+1+1 패스트 트랙(fast track)’ 제도는 환자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패스트 트랙 제도는 ‘1’번만 병원을 방문하면 당일 검사를 진행, ‘1’주일 이내 제‘1’ 좋은 치료법을 적용해 주겠다는 뜻이다. 대형병원에서는 큰 병원이거나 유명한 교수를 만나 진료를 보려면 몇 주씩 기다리고, 실제 수술과 각종 치료를 받으려면 몇개월씩 밀려 ‘줄이 없으면’ 발을 동동거리는 일들도 허다했던 데 비하면 과히 혁명적이다.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해 표준진료지침(critical pathway) 도입을 확대해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누구에게서나 고품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토양을 만들고 있다. 게다가 올해 첫 도입한 개인맞춤형 치료는 유전자 분석에 끝나지 않고 실제 환자 치료에까지 적용하도록 글로벌 제약사들과 연구를 공동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암 치료뿐만 아니라 환자 삶 치유에도 목표를 삼아 암치유센터를 열고 환자들의 삶을 보듬고 있다.

암환자와 가족이 심리·사회적으로 치유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암 재발을 막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이 암치유센터에 전문 클리닉에서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환자 중심으로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환자가 중심되는 치료를 위해 고민하겠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다학제협진실에서 대장암 환자의 가족에게 치료방향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한국형 심장·뇌졸중·혈관질환 극복 모델 선보여

삼성서울병원은 암병원 성공에 힘입어 올 3월 또 한 번 국내 의료계를 뒤흔드는 혁신 모델을 내놨다. 심장질환과 뇌졸중, 혈관질환을 묶어 통합치료(integrated care)가 가능한 ‘심장뇌혈관병원’의 출범이다. 특히 심장분야 세계적 대가인 오재건 미국 메이요클리닉 교수를 병원장으로 임명하고, 한국형 심장·뇌졸중·혈관질환 극복 모델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은 암에 이어 사망 원인 2·3위를 차지하면서 발병 원인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를 위해 4개 통합진료 프로그램을 포함한 47개 특성화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심근경색환자의 뇌졸중과 같이 두 군데 이상의 혈관에서 질환이 발생하는 다혈관질환 클리닉, ▦목에서 뇌로 피를 공급하는 동맥인 경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경동맥협착 클리닉, ▦불규칙하게 맥박이 뛰는 심방세동환자-뇌졸중 클리닉, ▦심정지 클리닉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부정맥의 하나인 심방세동을 앓는 환자는 뇌졸중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병원문화는 환자가 뇌졸중 대비를 별도로 해야 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심방세동과 뇌졸중을 묶어 하나의 클리닉에서 치료가 가능토록 했다.

가장 흔히 발생하는 복합질환은 첫 진료부터 다학제적 치료가 가능하도록 프로세스도 바꿨다. 치료에서부터 재활과 예방활동까지 한 번에 이뤄지도록 하는 통합 진료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또한 일반 환자가 알아채기 어려운 대동맥박리에 대응하려고 ‘24시간 대동맥 전담팀’도 편성했다. 대동맥 전담팀은 심장외과, 혈관외과, 순환기내과를 비롯, 중환자의학과, 응급의학과 교수진과 전담 코디네이터 등 전담팀을 구성,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24시간 신속한 치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진상 심장뇌혈관병원 운영지원실장(신경과 교수)은 “심방세동-뇌졸중클리닉처럼 환자에게 원스톱 통합 치료와 예방이란 신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환자 편익을 극대화했다”고 했다.

병원의 혁신은 그치지 않고 있다. 환자 스스로 느끼지 못했더라도 심장, 뇌혈관 질환의 가능성이 의심되면 즉시 환자중심 시스템이 가동돼 원스톱 진료한다. 1주일 이내 발생한 뇌졸중이나 일과성 뇌허혈 환자는 신속 뇌졸중 클리닉을 통해 그 날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 뇌졸중이나 경동맥 협착과 같이 복합질환이 의심되면 당일 검사와 치료와 같은 다학제 진료가 이뤄진다. 필요하면 단기 입원해 검사와 치료를 진행한다. 내ㆍ외과적 치료가 동시에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치료법’도 강화하고 있다. 병 회복과 퇴원을 줄여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오재건 심장뇌혈관병원장은 “앞으로 우리나라 심장, 뇌졸중, 혈관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도록 한발 짝 더 앞서나가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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