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 지음
사이언스북스 발행ㆍ280쪽ㆍ1만5,000원
“물리학의 역사는 입자 검출 장치를 통해 발견된 입자를 이론적으로 해석하거나 이론적으로 예측된 장치를 통해 발견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론과 실험이 엎치락뒤치락 얽히고설키며 배턴을 주고받는 릴레이 경주 같은 것이다.”(19쪽)
1995년 톱쿼크의 발견 이후 반드시 발견해야만 하는, 아니 발견될 수밖에 없는 입자. 힉스 입자가 진짜로 발견되기까지 현대 물리학계라는 독특한 지식인 집단이 골머리를 싸맸던 풍경의 속내다.
10의 마이너스 15제곱(펨토ㆍ1,000조분의 1) 수준의 극미한 세계를 팀구하기 위해 10의 15제곱(페타) 수준의 도구를 사용하는 입자 물리학의 세계를 일상적 한국어를 통해 풀어낸다. 티끌보다 작은 힉스 입자를 포획하기 위한 거탑, 즉 강입자충돌기(LHC)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최고 두뇌들의 치열한 경쟁과 투쟁담이다.
14테라전자볼트(14조 전자볼트) 출력의 대형 강입자충돌기 등 가속기에 의한 입자물리학 실험이 거둔 성과, 이를 위해 과학자들이 벌이는 치열한 경쟁과 분투가 책을 메운다. 지금까지의 절정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퍼즐의 주인공 힉스 입자로, 지난해 7월 발견돼 21세기 초반 최대의 물리학적 성과로 기록됐다.
성경 속의 바벨탑보다 거대한 둘레 27km의 가속기를 지하 100m에 건설해 우주 탄생 순간의 초고온, 초고압 상태를 재현하는 과학자들의 사회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어머어마한 연구의 기반인 과학자 간의 협동과 소통의 원리, 경쟁의 법칙 등을 구체적인 사례로 소개한다.
물리학자인 지은이가 미국 페르미국립연구소, 한국연구재단의 도약 과제 책임자 등을 역임하며 힉스 입자 발견과 맺어온 깊은 인연의 성과물이다. 개인 블로그에 ‘바벨탑의 사회학’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을 바탕으로 썼다. 최첨단 과학을 이야기하지만 읽기에 어렵지는 않다. 2012년 노벨 물리학상 후보 추천 위원을 역임하는 등 세계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몸소 겪은 생생함으로 책은 빛난다.
장병욱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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