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얘기가 나오자 그제서야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남자 사격 10m 공기권총 개인전 결선이 끝난 21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 진종오는 “시원섭섭하다”며 “오늘은 말문이 많이 막힌다”고 털어놨다. 동메달을 따낸 그는 “사격이 쉽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대회 2관왕에 오른 김청용(17ㆍ흥덕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새 영웅 탄생을 많이 축하해달라. 오늘 주목은 여기 영웅이 다 받아야 한다”고 큰 목소리로 후배를 치켜 세웠다. 그렇게 개인 통산 4번째 아시안게임을 아쉽게 마무리한 한국 사격 영웅은 진정성 담긴 찬사로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한국 사격의 간판 스타 진종오는 그 간 인천 아시안게임을 단단히 별렀다.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대회에서 번번이 개인전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앞서 진종오가 세계선수권, 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유난히 AG 무대만 서면 작아지는 게 옥에 티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50m 7위, 10m 3위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특히 전날 50m에서는 본선 1위를 차지하고도 정작 결선에서 하위권으로 미끄러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6일 열린 제51회 스페인 세계선수권에 나갔다가 14일 귀국하는 등 강행군에 따른 체력 저하가 주된 이유였다.
진종오는 “단체전 금메달 목표 의식이 뚜렷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힘든 경기 운영을 했다”고 이번 대회를 되돌아 봤다. 전날 “오늘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이 아직 은퇴하지 말라는 계시로 알고 더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던 그는 그러면서 “한국에서 하다 보니 부담이 없지 않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래도 김청용, 이대명과 함께 10m 공기권총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진종오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다. 사격은 고령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진종오는 2016 하계 올림픽, 2018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에서 아직 할 일이 많다.
2관왕의 주인공 김청용도 “진종오 선배님과 더 오랫동안 대표팀 생활을 하고 싶다. 너무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늘 그렇듯, 진종오가 대표팀 에이스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인천=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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