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죄는 공공부문 혁신

연금 개혁에 불만 목소리 고조… 서명운동 등 집단행동 움직임도

연금 납부액을 두 배 가까이 올리고 수령액은 줄인다는 공무원 연금 개혁안이 공개되자 공직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연금 하나만 믿고 있었던 이들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공부할 맛이 안 난다”는 푸념이 흘러 나오고 있다.

공무원들은 노후 걱정과 사기 저하 등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한 구청 7급 공무원 박모(44)씨는 “우리들에게 공무원 연금은 퇴직금이 포함된다는 의미가 있는데 국민연금과 단순 비교해 적게 내고 많이 받아가는 것으로만 비춰져 억울하다”며 “이제는 은퇴 후 생활 걱정에 잠도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는 A씨는 “월급 실수령액의 10분의 1(27만원)을 연금으로 내는데 더 떼어간다면 생활에 지장을 준다”며 “연금공단이 운영을 잘못한 책임을 우리가 지는 것 같아 화가 난다. 공무원 하려는 사람도 줄어들 게 뻔해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사무관 B씨는 “세종시 이전 등 근무여건은 열악해지고 공무원에게 요구하는 사항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안 좋은 소식까지 겹쳐 우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연금 수령액이 본격적으로 줄어들 젊은 공무원들이 받은 충격은 한층 컸다. 서울의 한 공립초등학교 교사 이모(27ㆍ여)씨는 “대기업, 공기업보다 월급이 적은데도 공무원을 택하는 건 나중에 받을 연금을 생각해서인데 당장 우리 때부터 연금이 줄어든다니 억울하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은퇴할 때는 낸 만큼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교사 정모(29)씨는 “소식을 듣고 명예퇴직을 신청하려는 선배 교사들이 급증해 학교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차라리 다른 직업을 선택할 걸 그랬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사이에서는 의욕 저하가 눈에 띄었다.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7급 공개채용시험을 준비 중인 남모(26)씨는 “사명감도 있겠지만 결국 연금 등 혜택 때문에 공무원을 택하는 사람이 절대 다수일 텐데 개혁안으로 수험생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면서 “직업적 매력이 떨어진 만큼 2년 정도만 더 공부해보고 안 되면 미련 없이 다른 일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예상보다 개혁의 폭이 크자 당황하면서도 정부의 여론전략에 밀려 공무원들이 마치 큰 특혜를 입는 것처럼 실태가 호도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개혁안에 반대하는 집단행동 움직임도 포착됐다. 구청 공무원 박모씨는 “1인당 10만원씩 투쟁 자금을 걷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교사 정모씨도 “뉴스가 나오자 마자 학교 메신저에서는 서명운동을 하자는 말이 돌았다”며 “교직에 있어서 시위는 못하더라도 개혁안 입법을 막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한형직기자 hj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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