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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인공기 알레르기

입력
2014.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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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북한 선수단 선발대 94명이 11일 입경했다. 고려항공 전세기 편으로 서해직항로를 이용해 인천에 도착한 선수들의 유니폼 상의에 김일성 김정일 부자 얼굴이 새겨진 배지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기(인공기) 마크가 선명했다. 2002년 9월 부산아시안게임, 2003년 8월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2005년 8월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 대회 때도 봤던 모습이지만 그때보단 훨씬 세련돼 보인다. 부산 아시안게임 등에서 숱한 화제를 뿌렸던 북측 미녀 응원단을 이번에는 보지 못하게 된 게 못내 아쉽다.

▦ 골치 아픈 정치적 관점을 떠나 스포츠 제전의 순수한 정신에서 그들을 환영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경기장 주변 인공기 게양을 둘러싼 논란 속에 그들을 맞이해야 하는 현실에 마음이 편치 않다. 대회조직위는 5일부터 인천과 수도권 9개 협력도시 경기장 주변 도로변에 북한을 포함한 45개 참가국 국기를 게양했다. 그러나 보수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인공기를 포함한 참가국 국기 모두를 철거했다. 경기장과 선수촌에만 참가국기를 걸고 거리에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기와 대회 엠블럼만 걸기로 했단다.

▦ 통일부 당국자는“대회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군색한 변명이다. 보수단체들의 눈치를 너무 보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 싸다. 하지만 정부 당국의 우려를 가볍게만 볼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앞서 보수단체들이 인공기와 김정일의 초상화를 불태우고 찢는 퍼포먼스를 하자 북측은 즉각 대회 불참 불사로 맞섰다. 노무현 대통령이 공식 유감표명과 함께 재발방지를 지시를 함으로써 간신히 수습될 수 있었다.

▦ 요즘 일부 보수단체들의 기세에 비춰 거리에 인공기가 계속 걸려 있을 경우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 만약 인공기를 찢거나 불태우는 등의 훼손사태가 벌어지면 북측은 선수단 철수 등의 조치도 불사할 게 뻔하다. 자신들의 존엄에 관한 한 유연한 대응이 불가능한 게 북 체제의 구조적 생리다. 인공기든 뭐든 북 체제 상징에 대해 이제 우리도 격한 감정에서 벗어나 좀 객관적으로 대상화해 바라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6ㆍ25를 직접 경험한 세대는 그렇다 치고 일부 젊은 세대까지 막무가내로 나서는 건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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