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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 사랑합니다” 세종로 일대 인산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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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 사랑합니다” 세종로 일대 인산인해

입력
2014.08.1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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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ㆍ시민들, “교황과의 만남, 몸과 마음의 상처 모두 치유 받는 느낌”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 무개차를 타고 입장하며 광장을 가득 메운 신자와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 무개차를 타고 입장하며 광장을 가득 메운 신자와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비바 파파. 고맙습니다.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

평생을 가난한 이와 약자를 위해 헌신하며 살아 온 교황을 만나고자 하는 마음은 신자나 일반 시민이나 모두 같았다. 한국천주교 124위 시복미사가 열린 16일 서울 세종로 일대를 가득 메운 17만5,000여명(경찰추산)은 온화한 미소로 머리에 입을 맞추고 손을 흔드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열광했다.

신자들과 시민들은 이날 미사 현장인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미사 전 방문예정지인 서소문 성지에 오전 2시부터 모여들었고, 이내 장사진을 이뤘다. 이들은 교황의 공식일정이 오전 9시를 넘겨야 시작하는데도 수시간 기다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강원 속초에서 전날 출발, 오전 3시쯤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는 김영숙(69ㆍ여)씨는 “교황님 만날 생각에 설렌다”며 “전혀 피곤하지 않다”고 웃어 보였다. 이정숙(76ㆍ여)씨는 “죽기 전에 교황님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행복하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이들도 교황을 찾았다. 뇌성마비 2급의 김학인(54)씨는 “우리나라는 약자들이 살기에 너무나 힘든 곳”이라며 “교황님이 방문이 소외 받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나누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반신 마비를 앓고 있는 현식렬(57)씨는 “아내도 정신지체를 앓고 있다. 교황님을 뵙고 몸과 마음의 상처 모두 치유 받고 싶어 왔다”며 “교황님이 아픈 이들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정된 시각보다 10여분 빠른 오전 8시 42분쯤 서소문성지에 교황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와의 만남을 고대하던 사람들은 감격에 겨웠다. 사람들은 순교성지의 엄숙함을 지키기 위해 환호성은 자제하면서도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교황 역시 악수를 원하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어린이 12명의 이마에 손을 얹어 강복하는 등 화답했다. 이곳에서 만난 김미숙(42ㆍ여)씨는 “교황님의 얼굴을 그린 그림을 선물로 준비했다”며 “오전 6시부터 2시간 넘게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웃어 보였다.

교황이 성지 방문을 마치고 시복미사 집전을 위해 세종로에 들어선 9시 8분쯤, 신자와 시민들의 열광은 극에 달했다. 사람들은 흰색 오픈카에 오른 교황을 향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 치며 환호했다. 교황도 이들과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들며, 어린이 14명을 강복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이중 한 남자 아이가 교황의 입맞춤에 놀라 울음을 터뜨려 좌중을 폭소케 하기도 했다.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던 중 유가족 김영오 씨가 교황 가슴에 달린 세월호 리본을 바로잡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던 중 유가족 김영오 씨가 교황 가슴에 달린 세월호 리본을 바로잡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교황은 또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위로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는 퍼레이드 시작 30분째, 군중 속에서 “파파”라고 외치는 김영오(47)씨를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영오씨는 단원고 희생자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로, 광화문광장에서 34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교황은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 다시는 이런 참사가 생기지 않게 기도해달라”며 네 차례나 고개 숙이는 영오씨의 손을 꼭 쥔 채 한동안 놓지 않았다. 유족들은 ‘우리는 진실을 원한다(We want the truth)’는 노란색 카드를 머리 위로 흔들며 “감사하다”고 오열했고, 교황은 이들을 10분간 위로한 뒤에야 차량에 다시 올라 성호를 그은 뒤 미사 봉헌을 위해 제단으로 향했다.

미사 내내 눈물을 흘리던 최원영(55)씨 부부는 “교황님은 오늘 시복미사를 통해 박해를 버티고 살아 남은 한국 천주교인들의 아픔을 어루만졌을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 유족 등 고통 받는 수 많은 이들을 위로하신 것”이라며 “벅찬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김민정기자 mjkim@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hk.co.kr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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