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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위험 높았는데 軍 "호전됐다" 치료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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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위험 높았는데 軍 "호전됐다" 치료 중단

입력
2014.08.1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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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무 부적합 판정 대상 불구 軍 "모친 반대" 전역처리 무산도

중대장役 중위 1명이 59명 맡아 관심병사 집중 관리 사실상 어려워

육군중앙수사단 대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28사단 병사 2명의 시신을 구급차에 싣고 있다. 군 수사기관은 이들이 동반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시신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했다. 연합뉴스
육군중앙수사단 대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28사단 병사 2명의 시신을 구급차에 싣고 있다. 군 수사기관은 이들이 동반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시신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했다. 연합뉴스

윤 일병 사망 사건이 발생했던 28사단에서 관심병사 2명의 동반자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이 죽기 전에 선임병을 원망하는 메모를 남겨 또다시 가혹행위의 악몽이 떠오르는 가운데 군 당국은 12일 “검시 결과 두 상병 모두 폭행 당한 흔적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자살한 병사 2명 모두 관심병사였다는 점에서 군 당국의 허술한 관심병사 관리체계가 빚어낸 비극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육군에 따르면 숨진 A상병(23)과 B상병(21)은 모두 관심병사였다. A상병은 지난 5월 인성검사에서 자살위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류됐다. B상병은 입대 후 자살시도와 부대 탈영으로 선고유예를 받은 전력도 있다. 이에 따라 해당 부대는 그간 7~8차례 정신과 치료도 받게 하는 등 이들을 중점 관리했다.

하지만 군 당국의 집중 관리는 지속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상병의 경우 최근 상태가 호전됐다며 투약하던 정신과 치료약도 끊게 했으며 B상병은 복무부적합 판정 대상이었지만 모친의 반대로 전역처리가 무산됐다. 군 당국은 “가족의 반대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군 당국의 세심한 관심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부대 지휘체계 문제가 드러났다. 이들이 속한 본부중대는 병사 59명 외에 중대장(중위), 부중대장(중위), 통신소대장(소위) 각 1명과 부사관 9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중대장 외에 다른 간부는 시설관리가 주 임무여서 사실상 중대장 1명이 59명의 병사를 도맡아 관리하는 구조였다. 집중적인 병사관리가 애초부터 불가능한 구조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군 당국은 두 상병에 대해 지휘관 면담을 수시로 했다고 강조하지만 구조적으로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두 상병이 지낸 낙후한 생활관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8사단 본부중대원들은 아직 군 현대화 작업의 혜택을 받지 못해 병장 8명과 상병 20명이 구형 막사에서 함께 생활했다. 다른 부대의 경우 ‘동기 생활관”에서 동기들끼리 선임병 눈치 볼 것 없이 자유롭게 생활하는 상황인 것과 비교하면 관심병사인 A, B상병은 심적으로 상당한 압박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군 당국은 B상병이 남긴 다이어리에서 선임병 김모 상병을 향한 원망과 욕설을 적은 메모를 발견하고 김 상병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김 상병 역시 A급 관심병사로 평소 부대생활이 원만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부대 관계자들은 “평소 B상병이 김 상병의 업무처리를 못마땅해 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군 당국의 허술한 관심병사 관리로 군내 자살 사건이 최근 10년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의 ‘군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2004년부터 올해 8월 11일까지 자살 장병은 모두 820명인 가운데 연평균 자살자는 2004∼2008년 72.6명에서 2009∼2013년 82.2명으로 늘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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